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술술 읽혔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와 재밌다, 라는 생각은 들진 않았지만,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으니 아마도 재밌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연쇄살인범의 유형. 그가 살인자가 되도록 만든 환경, 그리고 그 계기, 그 방법. 환상의 종류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 
 

특히나 어렸을 때의 부모나 가정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도 평소에도 항상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확인을 받은 느낌이다. 아이를 기르는 일은 쉽지 않다. 아주 작은 계기, 아주 작은 무관심, 별 거 아닌 말, 행동에도 상처를 받고 삐뚤어질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부모의 탓은 아니다. 같은 취급을 받아도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게 사이코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책 속에서 저자는 그때 제대로된 도움의 손길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살인자들의 유전자라는 책이 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말에 동의한다. 애초에 잘못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그렇게 미쳐버리도록 말이다. 물론 적절한 도움의 손길이 있다면 '삐뚤어진' 인간은 되겠지만 '살인마'는 되진 않았다는 말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책 속에서도 나왔듯, '삐뚤어진' 인간은 '살인마'를 만들어내기 쉬우니 결국은 같은 귀결이다.

 

좌절, 충족되지 않는 욕망. 사람들과 단절됨.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렇게 미쳐버리는 이유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무엇때문일 것이라고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인간의 뇌 속, 그 복잡하고도 오묘한 인간이란 존재에게 '정답'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있다.

 

이렇게 키우면, 애가 잘못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물론, 책 속에 나온 살인자들의 부모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조금만 긴장을 풀고, 아이에게서 조금만 신경을 돌려도 할 수 있는 실수들이다. 부모도 인간이기에, 자기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들과 싸우는 일로도 벅차, 아이에게 신경쓰지 못하고, 심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 않은 인간은, 부모는,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그렇긴 하지만, 조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생각없는 말이나 행동 하나에도 내 자식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괴물로 자라날 지 모르는 그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면, 실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수하고 나서 금새 깨닫고, 상처받은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그 확률은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사람과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이 나같지 않으며,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도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기계처럼 수치화될 수 있는 존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을 줄이는 공식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인식시키면 될테니까. 그러면 발생확률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수치화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쓸데없이 길어지긴 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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