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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앞서 리뷰를 쓰신 분들이 다들 너무 좋은 평을 내리셨길래, 각오하고 나쁜 평을 내려볼까 한다.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분들은 아직 리뷰를 안 쓰셨을 거라 믿으면서.
<머저리클럽>은 성장소설이다. 6명의 악동들- 세상에 반항하고 뭔가 청춘을 불태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모여 각자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기도 하고, 집안사정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찾겠다며 훌쩍 떠나기도 하면서 '청춘'이라 불리는 눈부시고도 지난한 한 때를 지난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방황과 발전이 담긴 성장소설을 흐뭇해하며 즐겨읽는 편이다. 그들을 보면 왠지 나 자신도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나'와 소설 속 '그들'이 연결된 듯한, 즉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머저리클럽>은 바로 이 부분에서 나와 소통에 실패했다.
내가 70년대를 살기 않았기 때문일까? <머저리클럽>에서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는 연애와 사랑에 관한 청춘남녀들의 이야기가 그닥 와닿지 않고, 오히려 어색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그 시절에는 까까중 머리를 한 남학생들과 새침하게 앉아있는 여학생들이 빵집에서 만나는 것까지 일일이 학교에서 검사를 하던 시절이었다고 하니 내가 보기에 이상한 건 당연한 것도 같다. 누가 뭐래도 남녀가 같은 반에서 자연스럽게 부대끼며 자란 세대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적 어색함보다는 인물들의 관계에서 오는 어색함이 훨씬 심하다. 영민과 5인방이 친구가 된 이야기까지는 그럴 듯 했는데, 그 후부터 보이는 대화나 태도를 보면 이들이 정말 친한 친구인지 살짝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분명 대화체로 적혀 있는데 구어체보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건 도대체 왜인지.
주인공 동순과 소림, 혹은 동순과 승혜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 <클래식>의 두근거림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어린 개똥철학자 동순의 절절한 마음을 담은 러브레터는 읽기도 민망한 사태가 벌어졌다. 그 시대의 문학소년들이란 다 이런 걸까? 아니면 유독 동순만 그런 걸까? 로맨틱하기보다는 자기 감정에 자기가 취해 있는 듯 보였다.
성장소설에 대한 내 관심과 애정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공감'이라는 색채가 덧입혀지지 않는다면 결국 남의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머저리클럽>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빛나고도 불안정한 청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멍하니 딴 생각만 하는 건 너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