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 별점은 다른 사람들이 너무 후한 점수를 줬기에 균형을 맞추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높게 평가받을 책이 아닌데, 너무 높은 것 같아 점수를 많이 짜게 줬다. 실제로는 별 2개 정도 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여성의 끼가 인정받지 못하는 조선 시대에 예술가의 혼을 가지고 태어난 세 여인을 통해 직업적 예술가 이전의 운명적 존재로서의 예술가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서 신사임당의 외면적 조건들을 모티브로 가져왔다고 말이다. 하지만 모티브라는 것은, 어느 정도 기반을 두되 새롭게 창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작가가 갖다 쓴 몇몇 에피소드는 어릴 적 신사임당의 위인전에서 읽었던 내용 그대로였다. 주인공이 신사임당이 아니라 항아였을 뿐. 두 친구 역시 허난설헌과 황진이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항아의 아들이 어머니의 쾌차를 밤새도록 비는 에피소드는 율곡 선생 그대로이지 않은가.. 허구적 인물임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성격적인 측면이나 재능, 하다못해 에피소드라도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했지 않을까?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세 여인을 한 데 모아두고는 "이건 모티브만 따온 거에요. 캐릭터는 허구에요."라고 외치는 건 어쩐지 꼴사납다. 이럴거면 차라리 신사임당을 모델로 한 소설을 내놓던가! 허구적 캐릭터로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만 곳곳에서 거슬리는 에피소드들 때문에 결국 짜증만 나도 말았다.

 작가는 "화려한 삶이나 비극적인 삶의 전형이 아닌, 반(反) 클리셰적인 예술가를 그리고 싶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들도 충분히 클리셰적인 비극적 예술가이다. 끼를 가지고 있었기에 비극적이어야 했던 전형적인 여성예술가들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랴!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은 너무 과대평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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