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사태를 매일 매일 뉴스로 지켜보고 있다.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일단 미국은 문명의 모든 규칙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패권이 끝나가고 있음을 자백하고 있다. 협상 중에 협상 상대방을 폭살하는 것에 어떤 정당화가 가능할까? 175명의 초등학생을 오폭이든 뭐든 죽게해놓고 사과도 없이 발뺌을 하면서 어떻게 스스로를 문명 세력, 문명 진영이라 말할 수 있을까?


반면 이란은 놀라운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이 정유 시설을 공격하기 전에는 정유 시설을 공격하지 않고, 금융 기관을 먼저 공격하기 전에는 금융 기관을 공격하지 않는다. 중동 각지의 미군 기지에 공격을 집중하여 미군 기지들이 주둔국으로부터 비싼 돈을 받아가며 보호하는 것이 중동 국가들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뻔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케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미국이 보호하고자 하는 잇권의 실체를 폭로한다. 즉, 에너지 패권. 이란은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한 석유 화물은 자유 통행이 가능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한다. 대놓고 미국 페트롤 달러의 핵심을 겨냥하는 것이다. 뼈가 부수어지고 피와 살점이 터져나가는 와중에 이처럼 고도의 사유와 강철같은 자제력을 필요로 하는 대응을 하고 있는 이란 문명에 경외감을 아니 느낄 수 없다. 이에 비하면 미국은 즉흥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매우 얕은 세력이다. 그 깊이로 보건대 미국은 제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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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반전주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철학자 버틀란드 럿셀이 반전 운동으로 감옥에 갔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적군이 침공해오는데 어떻게 반전주의가 가능할 수 있지? 


그러나 지금은 반전주의가 옳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을 보라. 우크라이나, 러시아, 이란,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그리고 그 나라의 지도자들을 보라. 전쟁의 가장 주요한 동기는 그 나라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이해 관계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 윤석열이 어떻게든 국지적 충돌을 일으키려 했던 이유에 대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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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암만 늦어도,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2월은 넘길 수 없다고... 그러나 내일이 3월의 시작인데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몇몇 문장 나부랭이뿐이다. "드디어 서문을 썼다!" 라고 이 블로그에 기록하는 나를 얼마나 즐거이 상상해왔던가... 쳇...


서문 첫 몇 단락에 대한 클로드 오퍼스 4.6의 평가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다 옳은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비평을 받아들여 수정을 했다. 그렇게 클로드는 통과했는데 또 다른 검열자가 나타났다. 나 자신이다.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났고 그리하여 작업이 진전되지 않았다. 즉, 지금까지 작업한 부분을 날리고 싶지는 않은데, 또 계속 진행하기에는 뭔가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떠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 무엇이 어긋나 있는지 찾은 것 같기는 한데 주말에 작업을 해보아야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초조해하지는 않는다. 방법을 계속 찾는 중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웃라인과 자료들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아웃라인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서문이 가장 쓰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마 "지성개선론"이나 "에티카"같은 단일 저작들을 다룰 때는 훨씬 속도감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것도 가봐야 알 일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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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3-16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노자에 대한 논문...완성되면 좀 소개해 주세요~~

weekly 2026-03-18 03: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하하 감사합니다. 올 해 안에 탈고하는 게 목표인데 어찌 될런지...-.- 원고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면 읽어봐달라고 야무님을 조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yamoo 2026-03-18 09:22   좋아요 0 | URL
위클리님 책 나오면 전 무조건 구매합니다~ ㅎㅎ

근데...비트겐슈타인에 관한 페이퍼를 오래 전에 본 듯한데...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저작물은 낼 생각이 없으신지...사실 오래 전부터 위클리님이 관련 저작물을 낼 기대에 차 있었거든요...스피노자 단행본인게 좀 놀랍습니다~^^

weekly 2026-03-19 03:0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이쿠 말씀 감사합니다.

헌데 비트겐슈타인은... 어느덧 제가 가장 싫어하는 철학자가 되어버렸네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고, 읽다 만 책도 많고, 읽은 책들은 대부분 아직 정리를 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난장판이다. 


어쨌거나 원고 작성을 시작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으므로 지난 주말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웃라인은 머리 속에 있었으므로 쉽게 나왔다. 그러나 그것을 원고로 조립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지지부진. 아직 집필 단계를 시작하기에는 이르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가 그때일 수 있을까?


문득 하루키가 초고를 영어로 쓰고 나중에 일본어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나도 그렇게 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두가 잘 풀리지 않았다. 원고 작성의 무게감에 짓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크리브너를 사용한다. 이 툴 안에 스피노자 책 작업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 무게감에서 벗어나야겠다 싶어 스크리브너를 떠나 이맥스를 켰다. 이맥스를 순전히 텍스트 에디터 수준에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바탕 화면도 좀 정리하고...


결국 서두 부분을 얻을 수 있었다. 좋으나 싫으나 이 서두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인생에 데드라인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사실성이다). 


출발점을 얻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작성한 부분을 클로드 opus 4.6에 넣고 비평을 해보라 시켰다. 오퍼스 4.6은 아부없는, 냉철한 평가를 해준다. 평가를 읽으면서 등에 땀이 났다. 클로드의 평가는, 사실 정확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궁시렁거렸다. 논리의 비약이라고? 논리의 비약 맞지. 그러나 그 논리의 간극을 채우려면 뻔하고 형식적인 말들을 잔뜩 해야 한다고. 그러면 글이 늘어지고, 힘이 없어지고...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원고 작업 시간을 까먹었다. 일하기 싫으니 별 핑계를 다 만들어낸다. 엘엘엠에 리뷰를 시키는 것은 각 장을 끝낸 후에 하는 것으로...    


결론은...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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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3-1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로드 opus 4.6...이 생성형 AI 중 하나인가 보죠? 저도 함 이용해 봐야 겠습니다!

스피노자에 대한 위클리님의 논문이 정말 기대됩니다. 스피노자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철인 중 한명이라..^^

weekly 2026-03-18 03: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클로드는 챗지피티같은 거대언어모델 중 하나입니다. 거대언어모델의 새로운 버전들이 나오면 인문학 관련 쟝르 한정으로 꼬박꼬박 테스트해보는데 아직은 클로드 opus 4.6 모델을 뛰어넘는 모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와 관련해서는 논문이 아니라 단행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된 스피노자에 관한 책. 읽을 만한 한국어 철학책을 쓰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yamoo 2026-03-18 09:19   좋아요 0 | URL
와~~~기대됩니다! 단행본 나오면 알려주세요. 스피노자 관련 단행본은 일단 나오면 전부 사서 보고 있기에 바로 구매하겠습니다!^^
 

(지저분함 주의...)


최종적으로 정착할 LLM 모델로 제미나이를 선택하여 어제 구독을 시작했다. 한달 무료다. 


LLM 모델에게 내가 원하는 수준의 철학적 글을 쓰게 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LLM 모델은 창의적인 부분을 날려버리고 글을 평균으로 회귀하게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독을 결정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LLM에 질문했던 것들이 LLM을 학습시키는 데 다시 사용되겠지? 그렇다면 종국에는 LLM을 통해 나오는 모든 것들이 평균적인 것이 되겠지? 그러나 뭣이 문제란 말인가? 지금이 하나의 거대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라면 말이다. 그 끝점 어느 근방에서 읽을 만한 철학적 책을 쓰고자 고투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아이리스 머독이, 소설이 종말을 고하는 시점 근방에서 소설 쓰기를 시작하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듯이...)


얼마 전에 젊은 한국 소설가를 추천받기 위해 유튭에 들어갔다 헤매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의 "마이 브릴리언트 프렌드." 드라마로도 나왔다 하길래 시즌1을 샀다. 제1화를 보고 나서는 책을 사기로 결정했고 4권 합본으로 1300 페이지 특별판을 샀다. (이 특별판이 잘 안팔렸는지 50% 할인이었다.) 


첫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작품에서 풍기는 고전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책을 매우 매우 지저분하게 본다. 그러나 이 책에는 어떤 밑줄, 어떤 메모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읽고 있고, 원어로도 읽고 싶어서 이탈리아어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이 책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높은 평가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알아 볼 사람은 알아본다는 것.


이 책의 무엇이? 그것은 드라마에서 표현될 수 없는 것이고, 짧게 요약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문장 곳곳에 낑겨 있다. 그것은 작가의 깊은 관찰력, 성찰, 감수성, 통찰 등을 문득 문득 느끼게 하는 그런 것이다. 짧게 말하면 책의 고전적 풍모. 이에 대한 감수성이 아직 인류에게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 아내와 긴 산책을 했다. 우리는 "마이 브릴리언트 프렌드"를 동시에 읽고 있는 중이다. 내가 물었다. 엘레나 페란테는 정말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해. 그런데 나는 릴리와 레누 사이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잘 이해할 수 없어. 그것을 우정이라 불러도 되는 건가? 그런 관계가 실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인위적으로 창조한 것인지도 모르겠어. 내가 남자라서 그럴까? 둘의 긴장 관계가 우정 안에 어떻게 포용될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러므로 결국... 시대의 종말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지속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인류는 계속 대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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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3-1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레나 페란테...나폴리 4부작을 진짜 저렴하게 구입했어요...4권에 3만3천원에 구입..근데 1권 읽다가 말았어요. 제 취향의 소설이 아니라 개후회 했다는...평이 너무 좋아서 저도 구입했는데...1권 반도 못 읽었습니다..ㅎㅎ

weekly 2026-03-18 03: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솔직히... 저도 1권 초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생각만큼 좋은 작품은 아니구나, 혹은 내 취향과 그닥 잘 맞는 작품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좋은 판본의 책을 꽤 저렴하게 구매했는데 끝까지 읽게 될 지 자신이 안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