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사를 간다. 지금 짐을 싸고 있는 중이다. 생각보다 짐이 많아서 당혹스럽다. 이사를 가는 이유는 집이 좁아져서... 나의 기여 부분이라고 비판받는 책더미들 말고도 여기 저기서 생각도 못했던 것들이 나타난다. 이번에 이사 가는 곳은 지금보다 더 시골스럽고 조용한 곳이다. 1930년대에 지어진 구식 집. 집 보러 갔을 때 거실 소파에 노인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세대와 빈틈 없이 함께 했던 집이 이제 이방인을 새로 맞게 된 셈이다. 이 노인 부부는 같은 동네의 단층집으로 이사 간다고 한다. 영국 사람들은 아이가 자기 방을 가져야 할 정도로 자라면 큰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지붕 밑에 방을 새로 만든다. 후자를 익스텐션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고 나면 부모들은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 이를 다운사이징이라고 한다. 노인 부부는 진작 다운사이징을 했어야 했는데, 부모대부터 살던 집이라 쉽게 옮겨 가지 못한 것 같다. 마침 읽고 있는 쥴리안 반즈의 책에 이런 귀절이 있다. "Old people died, you sold their flats and houses to people who in their turn would get old in them and then die." 그러니까 집을 늘이고 줄이는 것이 영국 사람들의 인생 사이클을 보여주는 셈이다. 집 보러 다닐 때마다 영국의 중년 남성들은 촉촉한 눈을 한 채, 20여년 전에 이 마을에 들어와서 아이들을 키우고... 중얼중얼 하면서 회상에 젖더라. 반면 그네들의 부인들은 언제나 쾌활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은 템즈강까지 이어진다. 나는 그 강을 따라서 런던까지 걸어가 본 적이 있다. 도심까지는 가지 못하고 영국 축구 2부 리그에서 경기하고 있는 풀햄 팀의 경기장까지 갔었다. (이 팀 경기를 두 번 봤는데 아직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아마 이 동네를 다시 찾게 된다면 이 강가길을 걷기 위해서일 것이다. 강가를 따라, 내가 좋아하는 둠바를 파는 멋진 펍이 있다. (아래는 강가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 이사가는 것이 확정되고 나서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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