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을 봤다. 잘 만든 좋은 영화다. 영화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적잖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내 관점에서 보자면 텍사스 신화라는 쟝르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돈 컴 노킹, 다운 인 더 벨리 같은 영화들이 이 쟝르에 속한다. 이 쟝르는 위험하고 무뢰한 마초들이 갖고 있다고 전해지는 진실을 탐구한다. 혹은 미국의 영혼에 대한 탐구. 또, 감독의 자의식 속에서는 현대 문명, 고도화된 관료주의, 압도적인 제도화에 반항하는 돈키호테의 이야기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모두 신화이고, 그것의 진실은 그것이 신화라는 사실에 있다. --굉장히 재미있는 일은 이런 신화를 정치적으로 극우에 속하는 사람들과 극좌에 속하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에 주로 켄 로치 감독의 작품들을 봐왔기 때문에 떠돌이 노가다꾼들, 실업자, 싱글 맘, 영국 제국주의에 고통을 당하는 아일랜드 사람들 등, 말하자면 거대 서사가 잘 조명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본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은 또 다른 소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두 이야기가 서로를 배제하는지를 두고 유럽의 사상가들은 40년 이상을 싸우고 있다.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 문제는 간단하다. 두 영역을 이어줄 매개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얼마 전 알자지라에서 쿠바의 언론과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쿠바의 언론은 권력에 종속되어 있어서 권력에 대한 비판은 영화가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구 세계라고 다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감독들이 있다. 켄 로치같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