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메갈리아를 지지한다고 말했었다. 마음 속으로 이런 지지를 철회한지는 이미 오래고, 이에 대해서 한 마디 써놔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메갈리아 사이트에 간혹 들어가 봤다. 내가 메갈리아에 대한 지지 포스팅을 쓰고 나서 메갈리아에 들어갔었을 때는 사이트에서 난리가 난 이후였다.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을 놓고 난리가 난 것이었고, 과격파가 집단으로 탈퇴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단다. 그 전쟁 이후 이용자 한 둘이 간단한 설문을 하곤 했다. 메갈리아 사이트의 방향성에 대해서. 내 기억으로는 2/10 정도가 자신을 진지한 페미니스트로 생각했고, 5/10 정도가 남혐(남성에 대한 혐오자)으로, 3,4/10 정도가 여혐혐(여성 혐오에 대한 반대)으로 자신을 정리했던 것 같다. 여혐혐이라는 사람도 점차로 여혐혐에서 남혐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메갈리아 사이트를 혐오를 재생산하는 사이트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후 한참 있다가 다시 한번 메갈리아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또 난리가 난 뒤끝이었다. 이번에는 남성 장애인에 대한 비하가 문제였다. 나는 그 시점에서 메갈리아에 접속해 보는 것을 완전히 끊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메갈리아를 혐오의 재생산과 생산 공간으로 정의하는데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을 주동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이고, 어떻게 운동을 표방할 수 있을까?
물론 애초부터 메갈리아는 운동은 아니었다. 예컨대, 이 사이트는 진지하게, 데이트 더치 페이를 신랄하게 비난했었다. 한 이용자가 이런 질문을 올린 것이 기억이 난다. 자기가 여성학 책도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데이트 더치 페이를 거부하는 논리를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거의 답이 없었다. 그러다 한 이용자가 이런 글을 올렸다. 인류가 진화하고 근대화되었지만, 인류 본원의 욕망이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 등은 그런 본질 중의 하나다... 진지하게 썼지만, 사실 이런 것이 안티-페미니즘이다. 여성이 결혼, 연애, 사업, 승진, 업무 등등에 있어서 여성성을 공공연하게 사용해도 될까? 이를 긍정하는 것이 바로 안티-페미니즘이다. 사실 전반적으로 봐서 메갈리아는 안티-페미니즘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데이트 더치 페이 반대가 대표적인 예이다.
예전에, 20세기 이후 여자와 남자의 행복지수가, 남자들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여자들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전에는 남자들만 군대에 가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지만 이제는 여자도 군대에 간다. 예전에는 남자만 운동 경기를 했지만 이제는 여자도 그렇게 한다. 여자도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 등등. 이러한 여권 향상의 결과로 여자들이 더 행복해졌는가? 바로 이 질문에 노,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바로 안티-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그 많던 존 웨인(여자들을 잘 도와주는 신사)은 다 어디에 갔는가?"
나는 페미니즘, 안티-페미니즘에 대해 별 의견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안티-페미니즘을 선택하는 것도 그 사람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다시 페미니즘 이전으로 회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로 한정한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 고위층으로 진출하면서, 여성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이 부과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