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뤽 고다르의 66년도 영화. 고다르는 당대에 대한 영화를 만든 것이겠지만,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이제 다큐멘타리로 보이는 것 같다. 주제는 마르크스주의와 코카 콜라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
이 영화는 한국 사람에게도 다분히 회고적이다. 66년이라는 연도에서 사람들은 일단 유럽의 전후 세대, 또는 후기자본주의 시대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퇴조. 유일한 진보 담론의 경직화 이후 끓어넘치는 진보"적" 담론들... 한국에서도 비슷한 역사가 있었다. 현실 사회주의의 패망 후 마르크스-레닌주의 등의 금욕적 사상들은 더 이상 사람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그람시, 알튀세, 푸코 등등의 사상적 유행의 흐름이 이어져서 사람들은 난데없이, 아무 맥락도 없이 이들 사상가들의 저작을 읽어야만 했다. 대학 교내에 자동차를 타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늘었다. 나는 학생 운동 그룹의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국제사회주의자 운동 계열의 여학생 두 명이 기억이 난다. 한 명은 지하 휴게실에 가다가 맞닥뜨렸다. 공들여 화장을 해서 알아보는데 한참이 걸렸다. 다른 한 명은 교도소에서 면회를 가서 봤다. 아마 후기구조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 자본주의의 문화적 논리로 보는 것은 일면적일 것이다. 이 사상들의 주적은 무엇보다도 근대성의 담론들, 그러니까 부르주아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사상들은 어느 공간에 놓일 수 있을까? 그것이 항상 딜레마다. 마르크스주의와 코카 콜라 사이의 모호한 공간. 영화는, 예언적으로, 전자를 대표하는 이상주의자 젊은이가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것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