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서방 세력의 이라크 침공이 정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영국의 참여 몫에 한해서 영국의 특별 위원회가 조사한 결과가 어제 발표되었다. 결과는 물론 이라크 전쟁은 총체적으로 잘못 결정되고 잘못 수행된 전쟁이라는 것이다. 

전쟁에 참여하기로 한 블레어의 결정은 한참 열받아 있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비위를 맞춰 영국의 국익을 도모하려 한 것이었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결정으로 이라크에서는 민간인만 10만에서 20만명이 죽어야 했다. 어제 인터뷰한 이라크 시민의 말을 빌자면 "한 명의 후세인이 사라지자 천 명의 후세인이 생겼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예상되고 경고된 것이었다. 그러나 블레어는 아랑곳 않고 전쟁을 밀어부쳤다. 문명의 고도 바그다드에 사는 사람들은 유럽인이 아니고, 바그다드는 아테네나 로마와 같은 유럽 문명의 발상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사람들이 마침 저들이라면 그것은 감수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영국과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는 이처럼 추악하다. 영국과 미국은 이러한 파괴 행위를 민주주의 가치의 전파와 실현이라는 이름 하에서 수행한다. 그러므로 서방이 말하는 민주주의란 조크일 뿐이다. 서방이 말하는 인류애 등등은 위선일 뿐이다. 그러므로 엡도 테러 때 파리의 시민들이 들고 나온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플랭카드를 보고 경악한 나의 반응은 정당화된다. 

테러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이렇게 정의한다. 즉, 테러란 비서방인이 서방 민간인에게 행하는 가해 행위라는 것. 서방이 비서방의 민간인에게 행한 가해 행위는, 인간 세계란 원래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 비서방인이 서방 민간인에 가해 행위를 하자마자, 그것은 갑자기 휴머니즘의 핵심에 대한 심대한 침해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묻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서구 문화권의 백인인가? 어제 블레어의 기자회견을 보니 블레어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 테레비젼으로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영국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네가 이라크 사람들에게 얼마나 크나큰 재앙을 가져다 주었는지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이라크에서 전쟁의 후퐁풍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민간인들보다 자국의 200명도 안되는 군인의 죽음에 더 많은 애도를 보내고 있었다. 유일하게 순서에 맞게 사과와 애도를 표한 사람은, 자당 의원들의 80%가 나가라고 아우성 치는, 노동당 리더 제레미 코벤 뿐이었다. 영국의 카메런 총리가 "모든 개입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헛소리를 하는 가운데 코벤은, 먼저 이라크 국민들에게, 그리고 나중에 영국의 희생된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 노동당을 대표하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 순간에도 노동당 의원 하나는 코벵더러 닥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어쨌든 나같은 이방인에게 영국을 혐오의 지옥에서 건져낸 것은, 오직 하나 제레미 코벵의 영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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