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0시에 투표가 끝났고, 개표 방송을 보다가, 별 일 있겠어 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었다. 그리고 새벽에 그야말로 쇼킹! 가디언 신문을 사보니, 아직 결과가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이번 투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만큼, 탈퇴파의 실망을 잘 추스려줘야 한다는 기사가 일면에 떡 실려 있었다... 탈퇴가 현실화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이번 국민투표를 애초부터 혐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정작 집권당은 잔류를 주장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이번 투표는 순전히 집권당의 정략적 이익 계산에 따라 벌어진 어마어마한 소모전일 뿐인 것이다. 그래도 이번 투표를 거치면서 영국의 극우당이라 할 수 있는 UKIP이 사라져서 영국은 유럽에서 극우당이 준동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될 수도 있겠다고 긍정적인 면을 애써 찾으려고는 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불확실성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특히나 낙담스러운 것은 24세 이하의 젊은 유권자들은 70% 이상 잔류를 희망한 반면 노년층에서는 과반수가 탈퇴에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 젊은이들에게 학업과 취업에 있어서 폭넓은 옵션을 박탈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번 선거 결과를 세대 대결로 보는 것은 큰 오류이겠지만, 세계 각국(한국, 미국, 영국 등)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좌절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이들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주장에 진지하다면 그들이 노년 세대가 되었을 때 세계는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결정은 내려졌고 스코틀랜드는 또다시 독립 투표를 준비할 것이라는 성명이 나오고 있다. 카메룬 영국 수상은 유나이티드 킹덤을 해체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 같다. 영국은 지금 정략적 불장난의 후폭풍 속에서 시야를 완전히 잃었다.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