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이 시작하기 전 무대 전경. 백발이 많이 보이는 것은 영국 관객의 많은 수가 노년이기 때문이다.)
마 레이니즈 블랙 보톰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마 레이니는 블루스의 어머니라 불리는 인물로 실존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마 레이니의 녹음 세션 날 반나절을 그린 작품이라기에 반은 뮤지컬일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흑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었다. 이번 연극의 작가 어거스트 윌슨이 퓨리처 상을 두 번이나 탄 대가라는 것도,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 보고서야 알았다.
연극은 마 레이니의 세션에 모인 흑인 연주자들의 옥씬각씬이 대부분의 장면을 차지한다. 이날 이들에게 있었던 일을 신문 기사식으로 처리한다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새로 산 신발을 밟았다는 이유로 흑인들끼리 다투다가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물론 세상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고, 진실은 저 짤막한 문장 너머에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나오는데, 혼자 오신 어느 흑인 할머니, 친구들과 같이 온 어느 백인 할머니가 눈시울을 훔치시더라. 나도 가슴이 먹먹해 졌다.
사실 흑인 문제, 혹은 중동 문제, 이슬람 문제... 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백인 문제, 혹은 유럽(미국을 포함하여) 문제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