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테러 공포 와중에 가장 비판받는 정치인은 국제적으로는 메르켈, 영국 내적으로는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뱅인 것 같다. 욕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유화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갈등이 첨예화되고 힘대힘의 정책이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유화론, 이상론은 설 자리가 없다. 이렇다는 것은 이러한 국면에서 실제로 유화론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입맛에는 쓰지만...
영국의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뱅은 가장 진보적인 현실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시리아 폭격을 반대하며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직후부터 매일 매일 군부의 비토를 당하고 있다. 코뱅같은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은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내가 코뱅이라면 결국 현실론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이에스가 대화가능한 상대인가? 아니다. 그러면 방치해도 될 상대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행동해야 한다. 행동은 일차적으로 군사적 대응일 수 밖에 없다. 가능한 짧은 시일 안에, 가능한 민간인 피해를 줄이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동시에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개입을 선언해야, 즉 손을 더럽혀야 민간인 피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행동하려는 국가들(특히 러시아)을 견제할 수 있고, 문명 충돌론 등을 반박할 권위를 얻을 수 있고, 사태 종식 후 더 이상 근본주의 세력이 준동하지 않도록 국제 협력안을 짤 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나는 서방 세계가 무단으로 이라크를 침공하여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결집에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것이 제레미 코뱅이 약속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럴 수 있으려면 권위를 얻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입해야 하고 손을 더럽혀야 한다... -이것이 이 사태에 대한 나의 결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