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포레스트라는, 영국 남부의 숲지를 다녀왔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침에 레드 제플린의 "The Rain Song"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가까운 가게로 빵을 사러 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블로그에 대한 나의 열정이 완전히 사라졌구나...


한국에서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나는 공장 노동자였다. 나는 나 자신을 계속 계발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었다. 일하고 자는 기계적인 일상에서, 즉 생존을 위한 시간에서 나 자신에 관심을 기울일, 즉 생활을 위한 시간을 찾아내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통근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네그리의 빨간 표지 소책자를 읽던 것을 기억한다. 동료가 무슨 책이냐고 물으면 빨간책이라고 대답하곤 했었다. 나는 외면의 풍경과 다른 그림을 내 안에 그리려 했고, 그것을 내가 살아있다는 증명으로 삼고자 했던 것 같다.


우연찮게 영국에 와서 원하던 공부를 하게 되었고 학위도 하나 따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날을 돌이켜 볼 때마다 나를 엄습해 오는 감정은 언제나 안스러움이다. 나는 그것들을 크나큰 실패의 흔적들이라고 인정한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을 본다면 나는 단연코 그 길은 아니라고 말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나는 그때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 길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나는 그것을 의식하고 있어야만 한다.


최근 나의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더 이상 벽을 보며 혼자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가이폭스 데이에는 여럿이 함께 갔고, 이상문학상작품집에 대한 감상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한 것이다. 로마 여행도 물론 동반 여행이었다. 얼마전에 어떤 분과 대화를 하다가 로마에서 만난 카라바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 분도 로마를 갔었고 카라바조 그림의 우편엽서를 샀다고 하더라. 우리는 종교적 경험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마 이런 것들이 블로그에서 흥미를 잃은 이유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나의 내면에 풍경을 따로 만들어 놓고 싶지 않다. 


얼마 전에 비포 선셋을 봤다. 6개월 후에 만나자던 남녀가 9년 후에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9년은 너무 길다. 6개월은 너무 짧다. 한 3년 후면 어떨까? 3년 후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


3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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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8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3-11-18 18:25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드립니다. 북마크해 놓았습니다. 건강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