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안겨 주기에 받아다 슬슬 보고 있다. 의무감으로. 작품집 빌린 후 몇 칠 있다가 그 친구는 이런 얘기를 해줬다. 좀 가볍지? 요즘 경향이 다 그렇다. 한국 문학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 모으고 읽고 그런다. 그런데 읽을 만 하지는 않다... 나는 고개를 끄덕 끄덕 했다.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읽고 있다는 말에 공감을 표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저 의무감으로 읽고 있다...

나는 '가볍다'라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내가 느낀 대로 말하자면 작품집 속의 많은 문장들은 죽어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겠다. 아무 문장이나 하나 골라 보자.

"다니던 공장에서 인원 감축을 강행하면서 남편은 일자리를 잃었다. 평생 공장에서 일한 사람이 쫓겨난 뒤에 갈 곳은 많지 않았다. 결국 막노동판이었다. 그마저도 매일 있는 일도 아니었다. 허탕으로 돌아온 날이면 방구석에서 온종일 소주를 마셨다. 취하면 벽을 향해 중얼거렸다. 모두 공장 때문이라며 자조했다."(318 페이지)  

아침 드라마스러운 피상성이 두드러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걸 말재주로 살릴 수도 없다. 나는 이런 피상성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 다른 한 친구가, 작품이 짧아서 그럴 거야... 라고 위로해 주었다. 아니면 뭐 거창하게 이야기해서 소설 문학이라는 쟝르 자체가 쇠락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새로운 영혼과 패기가 등장하기를 기다리겠지. 솔직히 저 작품집의 작가들은 너무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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