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Gettier, 0.24
Ep3, Moore, 0.1
Theaetetus (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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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아침에 공부한 것만 시간 잰 것임)

두 개의 강의가 있었다. 2 시간짜리 강의들이었는데, 첫 1 시간은 강의, 다음 1 시간은 세미나로 진행되었다. 세미나 시간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브레인스토밍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나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지 않은 유일한 학생이었을 것 같다. 사람들 말을 알아듣는데 온 신경을 기울이다 내 자신의 사고를 생성해 내지 못한 것이다. 압박을 받지는 않는다. 곧 적응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여자분과 단짝이 되었다. 말 그대로 같이 강의 듣고, 같이 밥 먹고, 같이 공부한다. 하루 내내 서로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이 분은 작가가 되고 싶단다. 소설쪽에 관심이 있다기에 아이리스 머독을 아느냐고 물었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사람. 물론. 읽은 거 있냐니까 줄줄 나온다. 또 한명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사르트르 얘기가 나왔다. 사르트르는 이 분의 영웅이더라. 존재와 무를 읽었단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내가 놀라고 있는 사이 슬쩍 한 마디 덧붙인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도 읽었다고. 물론, 원문으로. 퍽이나 지루했나 보구나 하고 별 것 아닌 체 했다. 포스트 모던 작가들에도 관심이 많단다. 지젝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젝도 이 친구의 영웅이었다. 서점에 가면 지젝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젝이 진지한 철학자인가, 10년 20년 후에도 읽힐 거 같나? 물론! 그럼 나도 읽어봐야 겠군! 영화 감독으로는 펠리니, 고다르 등을 좋아한단다. 젠장, 영화를 봐야 겠구나. 어제 만났던 화가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화요일날 갤러리에 가기로 했다. 이 친구에게 같이 가자 했더니 브리티시 뮤지엄부터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프로그램을 죽 늘어놓다 못해 당일날 동선까지 결정해 버린다. 나의 천국-나는 몸만 따라가면 될 것 같다.

오전 수업 끝나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공짜 점심을 주는 줄이었다, 세상에! 그 줄에 끼여 한 삼십분 기다렸나 보다. 옆에서는 학생들이 북을 치며 시끄럽게 집회를 하고 있었다. 청소부를 지원하는 집회였다. 사랑스러웠다. 우리 앞 줄에 중국인 학생이 있어서 이러 저러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국제 경영 쪽을 공부하는 친구였다. 사람들이 다음 리딩 국가는 중국이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중국은 빈부 격차가 너무 심하고 도시, 시골간 격차도 너무 심하다, 그런 얘기는 일반 중국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얘기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 친구가 요즘 읽는 책은? 원씨물어. 솔직히 이 얘기 듣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 일본 학생이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삼국유사를 읽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니까. 아, 너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양 3국을 묶어서 뭔가를 해 볼려고 그러는 거구나? 그렇단다. 나의 충격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친구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자극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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