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티어의 3, 4쪽 되는 짧은 논문을 읽기 위해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를 읽고 있다.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 또 있을까? 플라톤은 신이고 테아이테투스는 성경이다. 

2. 데카르트의 철학 저작집 두 권을 아마존에서 중고로 주문했는데 한 권은 이틀 만에 와버렸고 다른 한 권은 배송 중이란다. 내가 2 학기 동안 들을 강의 중 데카르트가 출몰하는 것이 심리 철학, 심리학의 철학, 근대 철학이다. 더하자면 형이상학에도 데카르트가 출몰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스피노자의 경우엔 더더욱이 그러하다. 스피노자의 어휘 사전이 데카르트니까. 데카르트는 읽어야 할 철학자다.

3. 내가 피하고자 한 강의들 중엔 미학, 정치 철학 이런 것들이 있다. 첫째, 내가 관심이 별로 없다. 둘째, 읽어야 할 책 목록이 길다. 셋째,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 있는데,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미학에서라면, 나는 한국사람으로서 서양 사람들과 다른 접근 방법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그러한 것에 욕심을 내기에는 학기가 너무 짧다. 김용옥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몇 편 찾아 본 것은 혹시 몰라 일종의 속성 과외를 한 것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나온 시간표를 보니 피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걸 다행이라고 말해도 되나?

4.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사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모종삼의 우환 의식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때 모종삼의 책을 읽다가 중국 철학의 커다란 특질 중 하나가 우환 의식이라는 대목에서 무릎을  탁 치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그 책을 탁 던져 버리던 기억도. 중국 철학(한국 철학, 동양 철학 등등)은 젊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제 이 개념이 굉장히 강력한 설명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 보고 싶다. 한 5년 정도 후에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겠지 하고 혼자 생각하며 웃는다. 도중에 이 프로젝트를 까먹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아이디어의 발단이 사내 정치에 대한 친구와의 대화였다는 점을 잊지 않기 위해 여기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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