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원 시간이 변경된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학원에 한 시간이나 늦었다. 수업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학생 카페에 가서 하이데거를 읽었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것은 "철학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문자는 항상 종이장이라는 이차원을 넘으려 발버둥친다. 우리는 종종 성공적인 발버둥을 발견한다. 예를 들면 아모스 오즈라는 이스라엘 작가의 소설들. 하이데거를 다 읽고 나는 그저 가방에 책을 쑤셔 넣을 뿐이었다. 마치 현란한 특수 효과들로 가득 찬 스타워즈 2탄을 극장 맨 앞 자리에서 보고 난 직후처럼 내 머리에 남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시간이 남아 또 헌책방에 갔다. 버나드 쇼우의 "성 조안"과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를 샀다. 버나드 쇼우는 영국에서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인정받는 극작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한국에서도 그렇고 영국에서도 그렇고 버나드 쇼우 작품을 찾기가 힘들다. -한국에서는 교보문고 외서부, 영국에서는 헌책방 서너 곳. 집에 오면서 "성 조안"을 읽었다. 단순한 대화체 문장들. 나는 긴장하며 읽었다. 읽으면서 꼭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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