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쟁이 발발하고 열흘 쯤 지나서 뚱딴지같은 뉴스가 떴다. 이란이 종전 조건으로 미군의 역내 철수, 재침공하지 않겠다는 보장, 그리고 배상금 지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연일 이란 불바다, 테헤란 불바다 뉴스를 쏟아내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십일이 지나 이란의 이런 요구들은 양해각서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었다. 앞으로 종전 협정서같은 것이 작성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몰라도 그런 것이 작성된다면 거기에도 이란의 이러한 요구가 똑같이 반영될 것이다. 개전 초기에 이미 미국은 자신들의 군전력으로 이란의 핵심적인 군 자산을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시킬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란의 탄도 미사일로부터 페르시아만 연안의 미군 기지들과 동맹국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완전히 인식했다. 이런 것들이 종전 양해 각서를 낳은 물질적 조건들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변하였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
엊그제 미국과 이란의 상호 교전에 관한 뉴스가 있었다.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따르지 않고, (미군의 유도 등을 받아) 오만쪽으로 붙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배들이 상당수 있었는데 이란이 그 중 컨테이너선 한 척에 드론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란은 4기의 드론으로 공격했고 미해군이 3기를 요격했으나 컨테이너선은 나머지 한 기의 타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미국과 이란은 서로 양해 각서 위반이라며 보복 공격을 했지만, 양측 다 확전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공격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피격과 미국과 이란의 상호 교전으로 오만쪽에 붙어 나오는 배의 수는 확실히 줄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무효화하기 위해 계속 이런 저런 시도를 할 것이다. 양해 각서에 뭐라 쓰여 있든 말이다. 이란은 양해각서같은 종잇장이 이란을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최근에 공개되고 있는 위성 사진에 따르면 이란의 탄도 미사일과 드론은 매우 정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물질적 수단만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미국의 밴스 부통령은 이번 양해각서가 시간 벌기용이라 말한다. 석유 비축량과 탄약이 채워지면 전쟁을 재개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일부 미군 전력이 증강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의 재침공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원하는 것은 탄도 미사일 역량 등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 뿐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힘은 자신의 힘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그것을 관철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란은 지역 패권국을 지향할 수 밖에 없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레바논에서의 자신의 대리 세력을 보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양해각서 1조에 아무 생각이 없었던 듯 한데 그 함의는 이란과 이스라엘에게 매우 크다. 이란은 1조가 충족되지 않으면 본 협상에 임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것이다. 이란은 그 시간 동안 이란 대 중동 전체라는 대결 구도를 이스라엘 대 중동 전체로 바꾸어 놓으려고 애쓸 것이다. 나는 이란이 성공하리라고 본다.
(미국이 지난 세기부터 유엔에서 한 일이라고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비토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스라엘을 막무가내로 보호해주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미국 정치에 대한 유대인 로비 그룹의 강력한 힘 때문이다. 이제 이 로비 그룹의 영향력이 허물어져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유대인 로비 그룹의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축출되고 있다. 공화당에서도 몇 년 안에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