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양해 각서 서명을 완료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양해 각서란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문서이기 때문에, 빠르면 월드컵이 끝난 후 파기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측이 합의를 깰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고질적인 낙관론자이다.)
이란은 이번 합의를 통해 얻고자 한 모든 것을 얻었다. 호르무즈 통행세(서비스 차지?) 문제도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낸 것 같다. 이란이 합의를 깰 이유가 없다.
미국이 이란에 많은 양보를 하면서도 이번 양해 각서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국제적 에너지 위기. 미국이 비축유를 풀면서 유가 방어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전쟁을 두 어 달 더 끌면 앞으로의 문제는 고유가가 아니라 원유 자체의 부족이 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군자산을 중동에 계속 몰아넣고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빨리 종식하고 자신의 앞가림(아메리카 대륙과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세력 억지)을 해야 한다. 허튼 데 탄약과 군자산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 단시일 내에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즉, 미국이 이번 합의를 깰 이유가 없다.
본협정 단계에 들어가면 특히 핵문제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힐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 애초 원했던 것은 기존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 반출하고, 앞으로의 농축 할동은 한 세대 정도 유예하는 것이었다. 즉, 미국은 이란의 핵기술 역량, 즉 이란 핵기술자의 역량을 아예 무력화할 것을 요구했었다. (한 세대 동안 핵기술에서 손을 떼면 이란의 핵역량은 무력화된다.) 그런데 나는 이번 양해 각서에서 미국이 이미 이러한 입장을 포기했다고 본다. 양해 각서에 양국은 상대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그동안 이란이 주장해 오던 것이었다. 즉, 핵기술 개발은 각국의 주권 사항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이란 말이 맞다. NPT나 IAEA같은 프레임워크 안에서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각국의 주권 사항이다. 아마 미국과 이란은, 기 고농축 우라늄은 국제 기구의 감시 하에 이란 내에서 희석하고, 앞으로의 농축 활동은 오바마 협정에 준하여 한다는 데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관련하여 한 가지를 더 언급하자면 최근 뉴스에 이란이 미국에, 미국이 이란을 재침공하면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선언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 있었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렇게 긴장을 극대화할 이유가 없다.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을 유지하는 한 구태여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란이 잘 생각해서 결정할 사항이겠지만...)
그렇다면 당연히 이번 전쟁 왜 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답은,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을 위한, 이스라엘에 의한, 이스라엘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적대적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소국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영속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의 답은 그레이터 이스라엘이라는 프로젝트, 즉 이스라엘 팽창주의였다. 이 프로젝트의 두 가지 큰 고비 중 하나가 이란의 무력화이고 그 다음이 터키인데, 이번에 그 첫 번째 고비에서 이 프로젝트는 영구히 좌절된 것으로 본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황당하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이스라엘은 나토의 일원이자 군사 강국인 터키를 주저앉혀야 한다. 누구의 무기로? 미국과 유럽의 무기로. 즉, 나토의 무기로. 더구나 터키와 전쟁이 나면 그리스도 참전하게 될 것이다. 유럽에서의 또다른 전쟁. 이스라엘의 이런 망상적인 모험주의에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나라가 동조할 수 있을까?) 미국과 이란의 양해 각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즉 팽창주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이미 영국이 이스라엘에 전쟁을 멈추라고 압력을 주기 시작했다. 유럽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쓸 수 있는 레버리지가 많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자급률이 낮은 소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스라엘의 공공연한 팽창주의는 이미 역풍을 맞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 팽창주의의 직접적 목표가 되는 터키,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군사 협의체 논의를 시작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양해 각서의 가장 놀라운 조항은 첫 번째 조항, 즉 전 전선에서의 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미국이 이스라엘의 팽창주의를 저지할 것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충격적인 조항이지만 미국으로서는 논리적인 선택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전쟁을 계속하면 이란이 이스라엘을 탄도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미국 함대는 이스라엘을 위해 그것들을 요격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는 미군의 군자산을 중동에 계속 묶어두면서 아까운 탄약을 지속적으로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적 에너지 위기는 덤으로 따라온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배신"은 미국내 이스라엘 로비 그룹의 분노를 낳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트럼프에 대한 개싸움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든 누구든 미국의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위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 양해 각서가 실질적인 종전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전쟁 초기에 카타르 외무부 장관이 한 말이 기억난다. "전쟁이 어떻게 되든 우리 옆에는 이란이 계속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사갈 수도 없고 그들이 이사갈 수도 없다. 그러므로 공존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유럽은 그러한 공존에 성공하지 못하고 두 번씩이나 세계 전쟁을 벌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럽 각국이 고만 고만하다는 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이나 중국같은 큰 나라가 지역 안정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어차피 이란은 중동 아랍 국가들과 사이가 개선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란은 중국을 끌어들여 중동 지역의 평화를 보장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보장 체계를 구성하여 중동에 평화가 안착하기를 기원한다. - 나 개인적으로는 5년 안에 이란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