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 년 전 이 집에 이사 들어올 때 정원의 반은 아름답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다른 반은 완전한 정글이었다. 펜스 가까이의 큰 나무들 때문에 하루 종일 그늘이 졌기 때문에 잔디도 자랄 수가 없었고, 그리하여 그렇게 버려진 듯 싶었다. 정글을 다 치우고 이제 큰 나무들만 남았다. 큰 나무들은 내가 직접 자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부르기로 했다.
작업 들어가기 전날 뒤 두 집에 사실을 알리러 갔다. 왼쪽 돌담집 아저씨는 "아싸!"를 외쳤지만 가운데 집 아주머니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영국에서는 다른 집 나무 때문에 자기네 정원에 그늘이 진다는 등등으로 분쟁이 잦다. 때로는 살인 사건도 벌어진다고 하더라. 돌담네 아저씨는 우리가 나무를 잘라주어 정원에 더 많은 해를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뻐했고 가운데 집 아주머니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싫은 티를 낸 것 같다. --- 뭐 어쩌겠는가, 우리 집 정원의 나무인데...

나무 자르는 사람(트리 써전이라고 한다) 5명이 와서 손발을 착착 맞춰가며 일을 했다. 카메라맨까지 섭외하여 데리고 왔고 점심 때는 보스 아저씨가 카메라 앞에서 한 시간 이상을 인터뷰했다. 유튭에 올린단다. --- 그리고 저 사고가 난 것이다. 나무가 엉뚱한 방향으로 넘어져서 남의 집 펜스를 박살내고 남의 집 나무에 손상을 입힌 것이다. 보스 아저씨 왈 10년 만에 처음 일어난 사고라고 한다. 다행히 인명 사고는 없었다. 커다란 나무를 자른다고 동네 사람들이 다들 창문으로 내다보고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참 난감했다. 가운데 집 아주머니가 신이 나서, "너희, 보호수에 데미지를 입혔다고!" 를 외쳐댔다.
피해를 입은 집 주인장들은 스페인에 놀러 가 있다. 박살난 펜스를 교체하고 난 후 등등의 사후 처리를 하고, 마침 그 집에 들른 아들에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했다. 쓱 들러보더니, "괜찮습니다" 를 반복했다. 웬만하면 분쟁이 말려들지 않으려는, 영국의 좀 배운 사람들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도 피해 집에 편지를 남기고, 보스 아저씨도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편지를 남겼다. --- 사고 자체는 그런 대로 마무리된 것 같다.

두 번째 날이 끝난 후 찍은 사진이다. 그루터기를 다음날 갈아없앴고 펜스도 그날 새로 갈았다.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끝장난 것 같아 약간의 충격을 먹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제 저 지역은 우리 집에서 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되었다. --- 이제 무엇을 하나? 물론 잔디를 심을 것이다. 그리고? 스튜디오를 지을까? --- 당면한 문제는 오른쪽 옆집에서 돼지 7 마리를 키우는데 돼지 똥을 비료 만든답시고 우리 집 쪽으로 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 투기를 막고 옆 집과의 경계에 펜스를 세워야 한다. --- 지금은 펜스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