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온지 몇 년이 되었는데, 이제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보았다. 바우처 같은 게 있어서 아무 영화나 볼 수 있었는데 엄청 때려 부수는 블럭 버스터를 보자고 고른 것이 어벤저스였다. 아주 어렸을 때 서울 대한 극장에서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 편을 봤었다. 내내 때려 부수는 장면들을 입 벌리며 봤는데, 영화관을 나오자 마자 영화 내용이 머리에서 싹 지워지는 것이었다. 이런 브레인 샤워가 내게는 놀라운 경험이었고 어벤저스에서 바란 것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일단은 실망스럽게도(?), 그리고 진정으로는 놀랍게도 어벤저스는 그렇게 브레인 샤워를 하고 끝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어두웠고, 많은 문화적 코드들이 녹아 있었고, 주인공 악당이 입체적인 인격을 갖고 있었다. 스파이더맨 1, 2 수준의 동화같은 블럭 버스터를 선호하는 내게는 무거운 영화였다. 블럭 버스터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게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는 톰 히들스턴, 베네딕트 컴퍼배치 등의 영국 배우들이 많이 나왔다. 이런 연기파 배우들 덕분에 영화가 두꺼워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은 니콜라스 케이지같은 배우들이 블럭 버스터에 출연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었다. 그들이 소비되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왜 블럭 버스터 제작자들이 이런 배우들을 출연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한 짓은 어벤저스1을 아마존에서 렌트로 보는 것이었다. 다음엔 어벤저스2를 볼 것이다. 그리고 어벤저스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되겠지. 애초에 바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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