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간된 책들 중에 읽을 만하다고 생각해서 주문한 책 가운데 하나가 제국대학이라는 책이다. 일본의 제국대학 제도가 어떻게 일본의 엘리트를 양성해왔는가를 다루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책이다. 나도 그랬지만, 일본 관련 책들 중 학술서에 해당하는 서적들 상당수를 국문학 전공자가 번역하고 있다. 그래서 번역 수준이랄까 품질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제국 대학의 저자 서문인 「왜 제국대학인가」의 첫 쪽부터 뭔가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부분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미국 대학에서 감탄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잘 정비된 도서관의 존재다.”
이 문장을 그냥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중에”라는 표현을 그냥 넘기지 못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중의”라고 수정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중에서”라고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중에서”는 “진흙 중에서 나온 연꽃”처럼 어떤 사물의 출처를 표현할 때 사용할만한 것이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지칭할 때는, “중의”라고 써야 한다. 어문 규범을 모른 채 발음만으로 넘겨짚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글을 쓸 때도 “중의”가 아니라 “중에”라고 쓰기 쉽다.
글쓰기에 친숙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글쓰기와 글 읽기를 주로 하는, 그것도 국문학 연구자의 글이나 번역에서 이런 식의 표현을 보게 되는 건 매우 씁쓸한 일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다수의 글이 이런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