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조이담.박태원 지음 / 바람구두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박태원은 1930년대 대표적인 모더니즘 소설가로 통한다. 모더니즘이 도시의 탄생과 성장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면 탄생할 수 없었던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나 <천변풍경>은 한국적 도시의 생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고학적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고독한 산보자의 눈에 비친 거리의 모습을 지금의 식견으로 파헤치기는 대단히 어렵다. 전쟁과 개발로 인해 서울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박태원의 작품에 매혹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렵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달리 보면 우리에게는 그 당대 경성의 모습을 입체화해서 이해할 만한 공간지리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 역시 <구보씨>를 두 번 정도 읽은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리며 지명, 건물에 대해서는 낯설고 어렵게 느꼈다. 서울 태생도 아닐 뿐더러 서울에 살면서도 중심지를 에둘러서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도시'라는 테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울의 공간지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무던히 노력해왔지만 실생활에서 먹고 놀고 마시고 한 경험이 전무한 나에게 서울을 이해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서울의 공간지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실감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역량과 노력이 그것을 가능케 한 것같다.

처음 이 책의 신간소개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구입해서 펼쳐들고 읽어나갈 때 이 책에 대해 가졌던 시시한 마음을 얼마나 부끄러워했는지 모른다. 고구하기 어려운 1930년대 서울의 거리를 조감해내는 탁월한 안목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저자가 구사하는 정밀하고 섬세한 문체는 21세기 구보의 탄생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구보가 아직 박태원이었을 당시를 전기식으로 서술한 앞부분은 그것을 증명한다. 박태원 일가와 관계를 맺고 있던 사회주의자 한위건과 그의 아내 이덕요는 순전히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대를 고구하는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람직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도 그런 책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최근 읽는 책류 중 이 책은 좀 더 주목을 끌만한 책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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