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현재 사는 아파트로 이사 와서 딱 한 번만 가 본 아파트 내 헬스장에 갔다. 1년 사이에 불어난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좀 걷다 올 생각 이었다.
러닝머신 앞 tv 를 켰더니 kbs1에서 빈 필하모니 신년 음악회 중계를 하고 있었다.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빈 필의 왈츠나 폴카 리듬에 맞춰 걸으니 한결 걸을만 했다. 영화 배우 닉 놀 티가 생각나는 얀손스는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다. 연주 실황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삽입 화면을 넣어줬는데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 흐를 때는 하늘에서 잡은 도나우 강반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정말 노래 제목처럼 아름답고 푸르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곡은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다. 따따라 따따따 따따라 따따따 따 따아땃따 따따따따~~ 이렇게 흘러가는 잘 알려진 음악인데 음악이 흐를 때 자막으로 이 음악의 유래를 소개해줬다.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와의 전투에서 이탈리아를 제압한 라데츠키 장군의 개선을 축하하기 위해 요한 스트라우스가 지은 거라고...
이런 유래는 처음 들었던지라 혹시 신년 음악회장에 이탈리아에서 온 청중은 없나 걱정됐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결코 유쾌하게 따라서 박수는 못 칠 것같은데...
요즘 에셀 보이니치라는 생소한 작가의 원제, (the gadfly) 번역제목, (등에)/(추기경의 아들)라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 지배에서 독립 투쟁을 벌이는 이탈리아 청년들의 고난에 찬 투쟁을 다루고 있다. 혁명을 중시하는 북한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읽혔다고 한다.
만약 이 작품을 읽고 있지 않았다면 라데츠키 행진곡의 유래따위는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중국어판으로 읽다 보니 7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다. 걷기를 하고 나서 50쪽 정도를 읽었는데 라데츠키 장군과 소설의 주인공 소등에의 이미지가 계속 겹쳐진다. 장군의 개선에 환호하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소등에의 만신창이 몸에 감기는 채찍 소리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