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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김민섭)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포털에 소개된 일부 내용을 이미 읽었다. 몇 꼭지를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그 글을 쓴 사람을 응원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책을 샀다. 2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의 결코 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반은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로 생활한 이야기, 반은 시간강사로 학생들과 만난 이야기이다. 이 책 저자는 서문에서 이 글을 특별히 무엇이나 누군가를 공격할 의도로 쓴 게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담담하게 반추할 목적으로 쓴 것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자신이 대학원에서 마주친 시스템과 사람들, 그리고 그 속의 자신의 생활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강의를 시작하게 됐고 그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말하고 있다. 이 저자는 인문학 전공자답게 무엇을 이야기해도 '잘' 이야기했다. '잘' 이야기했다는 것은 이야기 대상을 단지 표피적으로 훑고 지나가지 않고 반드시 그것을 성찰의 재료로 삼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소 비애 섞인 톤에 실린 이야기라 잔잔한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힘을 빼고 이야기하는 그 스타일이 오히려 사람을 흡입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대학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나온 적은 별로 없었던 것같다. 그것도 학생이나 교수처럼 대학의 정식 구성원이 아니라 대학의 비정식 구성원인 강사의 시선으로 반추되는 대학 강의실의 풍경은 나의 대학생활이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필자는 대학국어를 가르쳐왔다고 하는데 진정 그가 가르친 건 인문학적 성찰의 방법론인 것같다. 그리고 그는 그 현장에서 자기가 가르친 것 이상으로 배웠다고 말한다. 입에 발린 수사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에서 나온 것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내고 나서 대학 현장을 떠난다는 그의 소식을 들었다. 대학에서 계속 몸담았던 그가 그곳을 벗어나서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된다. 맥도널드보다 못한 게 그 고상한 대학이었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지식을 제공하는 대학이 최소한 햄버거를 제공하는 맥도널드만큼은 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