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가격에 동서양 고전서적을 제공하는 출판사가 있는데, 이 출판사가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전들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물론 대부분의 서적들은 저작권이 만료됐고 번역도 옛날 번역이다. 딱히 돈이 많이 들어갈 것지는 않으나 어떤 경우에는 종이값만해도 책값을 상회할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이런 경우는 적당히 손해를 보면서 내놓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됐든 읽어야 하거나 읽고 싶은 고전 서적을 적당한 수준의 번역에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 일은 참 좋아보인다. 그래서 딱히 시의성은 없지만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을 이 시리즈로 공부하거나 복스하는 셈치고 종종 사들이곤 한다.
그런데 평소 이 출판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인상이 훼손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내 앞에 총 한 자루가 쥐어진다면 눈치볼 것 없이 그 안에 들어 있는 총알만큼 아낌없이 먹여주고픈 자가 한 명 있는데, 그의 자서전격인 책이 하필이면 이 출판사에서 나온 걸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위세를 자랑했던 서슬퍼런 시절이므로 그의 자서전을 대필했던 소위 소설가나 이 책을 낸 출판사를 뭐라고 할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오점을 남기게 돼 있는 터. 인터넷 헌책방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이 책이 무려50,000~60,000원이라는 희귀고서 취급을 받고 있는 사실은 더욱 아연하다.
나는 앞으로 이 출판사의 책을 사는 일을 여기서 접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