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로 본 조선영화 1926 일제강점기 영화자료총서 11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사연구소 엮음 / 한국영상자료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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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천만명이 보는 영화는 몇 편 있지만, 한 해에 천명이 봐주는 영화'책'은 정말 드문 듯하다. 영화를 책으로 배우는 시대는 이제 멀리 지난 듯하다. 예전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볼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그런 갈증은 그런 영화들에 대한 풍문으로 달래는 일이 많았는데 이젠 간절히 보고 싶은 영화란 존재할 수 없는 시대가 돼버린 듯하다. 너무나 손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으므로....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이 언급하고 있는 영화들은 현재의 발달 정도와 무관하게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나마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미국영화조차도 말이다.

 

지난 번 리류베에서 간략히 언급한 것처럼 나는 이 시리즈를 연례행사처럼 읽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시리즈가 항상 특정한 시기에 발간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 시리즈는 연말에 발간되고 주문 시간을 고려하면 나는 항상 연초에 읽게 된다. 예전에 허접한 복사본으로 읽었던 자료가 이처럼 깔끔한 장정의 말끔한 책으로 나온다는 게 좀 신기할 뿐이다. 개중에는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들이 가끔 보인다.

 

1926년 한국영화계, 아니 조선영화계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저널리즘에 싣게 됐다는 사실이다. 관객의 탄생 순간이라고나 할까. 책에 독자, 라디오에 청자가 있다고 할 때 관객의 탄생이란 단지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공급에 영향을 줄 만한 능동적 소비자의 탄생을 의미한다고나 할까. 좀 유치하긴 하지만 영화비평이 시작된 이 시대, 그러나 본격적인 영화검열이 시작되기도 했고, 순종이 승하하여 그 광경을 박은(!) 사진(?)이 전국적으로 순회상영되기도 한 기기묘묘한 한 해였다. 그리고 김우진과 윤심덕이 동반자살한 해이기도 하고....

 

영화가 대중문화의 중심부를 형성하기 시작한 본격적인 시초에 자리한  1926년.... 지금으로서는 넘 먼 시간대이긴 하다. 그러나 이렇게 한해 한해 의례같은 책읽기가 내년에도 계속 되면 그것 또한 또 하나의 시작이지 않을까. 이 시리즈를 담당하는 인력과 재원이 한층 강화돼서 한해에 한 해만 커버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시리즈가 진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는 내가 좀 고쳐주고 싶은 곳도 있다. 원문의 오류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거기에 대해 적절한 수정을 가한다는 방침까지는 좋으나 눈길이 안닿은 곳이 너무 많다. 일관성이 결여돼 보인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혹 이름을 박은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이 결합해서 작업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작업에는 항상 그런 이들의 손길이 동원되는 법이니까...

 

천만 관객 시대의 천 미만 독자 만 볼 영화 책이긴 하다. 그 갭이 너무 크긴 하지만 어쩔 수 없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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