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예술 범우문고 82
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 범우사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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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야나기 무네요시의 이름을 언제 들었던가 아슴푸레하다. 미술론이나 동양론을 다룬 책이나 논문에서 가끔 흘려들었던 기억이 있다. 일본인으로서 한국의 예술을 논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그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논의가 어떤 것인가를 깊이 새겨볼 기회는 별로 갖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범우문고판으로 나온 글이 있어 이렇게 읽게 되었다. 범우문고판이라면 독서 애호가들 사이에는 정평이 나 있는 시리즈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는 않으면서도 지식에 대한 욕구로 불타는 애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시리즈가 새로운 장정과 편집으로 탄생해서 새로운 맛을 더 했다.

요즘 사람들은 되돌아보지도 않고 그저 무심히만 바라볼 뿐인 조선의 예술에 대해서 야나기가 보여준 가슴 끓은 연민과 사랑을 느낀다. 우리가 우리 것에 너무 무심하지는 않았는가 반성되는 바가 없지 않다. 광화문을 보더래도 예전부터 항상 저런 자태로 있었거니 하게 될 뿐 그것이 어떤 역사를 거쳐왔는가, 그것이 조선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따져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운 각성이라고 할까. 그런 각성이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듯하다.

어저께인가 뉴스를 통해 경천사지10층석탑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완벽하게 복원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어느 석탑 못지 않게 화려하고 기품있는 석탑을 지켜보고 있자니 야나기가 문뜩 떠올랐다. 이런 과정 하나 하나가 바로 독서의 이득인 듯하다. 무심에서 유심으로의 나아감!

화해할 수 없을 만큼 평행선을 달리는 우리와 일본. 교차점 없이 달려나가는 그 선들에 교차점을 만들 수 있는 것, 그런 게 없을까 항상 생각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그 접점이 예술이거나 문화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훌륭한 예술이나 문화를 통한 교감의 확대 앞에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야나기와 내가 만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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