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5
제프리 아처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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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묶여 있는 소설들 중에서 의외로 추리소설에서 기대함직한 것들이 사라져 있지만 그 만큼의 허전함을 보상해주는 소설들이 있기 마련이다. 범죄와 탐정이라는 심각한 장치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가벼운 범죄와 유사 탐정이라는 가벼운 장치를 사용하는 작품들이 의외의 재미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제프리 아처의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라는 작품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아처의 자전적인 경험을 소재로 하여 경제 사기꾼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네 명의 남자가 계획하는 치밀한 범죄와 그 실연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하베이 메트카프가 어떻게 사기꾼이 되었고, 예의 그 네명의 남자가 어떻게 하베이 메트카프의 손아귀안에서 농락당했는지를 빠른 템포로 서술한 이후 다양한 직업과 이력을 가진 네 명의 남자가 하베이의 여름 휴가 동안 그에게 사기당한 돈을 되찾기위해 꾸미는 치밀한 계획과 그 실연에 대한 서술로 이어진다.

갖가지 헤프닝과 우연 속에서 좌충우돌 한바탕 소동을 벌인 끝에 결국 독자들의 예상대로 그 돈은 모조리 회수되지만 그것으로 네 명의 목적이 완전히 달성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들을 덮치면서 과연 그들의 계획 성공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미련과 여운을 남기며 작품은 결말을 맺는다.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이라면 그것은 복수의 플롯이 주는 보편적인 매력이다. 간악한 인간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은 정의라는 인간의 강한 도덕관념을 충족시켜준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도덕적 플롯을 바탕으로 기상천외한 복수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시켜 나감으로써 독자는 마치 그 과정에 참여한 한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작품을 읽어 가는 과정은 곧바로 간접적인 적 하베이의 복수에 동참하는 과정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매력은 자전적 경험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겠지만, 보통 독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제범죄의 진상을 이 작품이 자세히 묘사하고, 그 당시의 경제적 정황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심리적 플롯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비틀어 새로운 방향, 즉 심리적 측면이 거세된 경제적 플롯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작품 후반부에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반전의 묘미를 더한다.

이 작품을 쓴 제프리 아처의 작품은 지금까지 꽤 번역되었지만 대부분 절판된 상태이고 몇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의 작품을 요즘 구미에 맞는 장정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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