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묶여 있는 소설들 중에서 의외로 추리소설에서 기대함직한 것들이 사라져 있지만 그 만큼의 허전함을 보상해주는 소설들이 있기 마련이다. 범죄와 탐정이라는 심각한 장치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가벼운 범죄와 유사 탐정이라는 가벼운 장치를 사용하는 작품들이 의외의 재미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제프리 아처의 <한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라는 작품은 이런 경우에 속한다. 아처의 자전적인 경험을 소재로 하여 경제 사기꾼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네 명의 남자가 계획하는 치밀한 범죄와 그 실연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하베이 메트카프가 어떻게 사기꾼이 되었고, 예의 그 네명의 남자가 어떻게 하베이 메트카프의 손아귀안에서 농락당했는지를 빠른 템포로 서술한 이후 다양한 직업과 이력을 가진 네 명의 남자가 하베이의 여름 휴가 동안 그에게 사기당한 돈을 되찾기위해 꾸미는 치밀한 계획과 그 실연에 대한 서술로 이어진다.갖가지 헤프닝과 우연 속에서 좌충우돌 한바탕 소동을 벌인 끝에 결국 독자들의 예상대로 그 돈은 모조리 회수되지만 그것으로 네 명의 목적이 완전히 달성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그들을 덮치면서 과연 그들의 계획 성공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미련과 여운을 남기며 작품은 결말을 맺는다.이 작품이 갖는 매력이라면 그것은 복수의 플롯이 주는 보편적인 매력이다. 간악한 인간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은 정의라는 인간의 강한 도덕관념을 충족시켜준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도덕적 플롯을 바탕으로 기상천외한 복수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시켜 나감으로써 독자는 마치 그 과정에 참여한 한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작품을 읽어 가는 과정은 곧바로 간접적인 적 하베이의 복수에 동참하는 과정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매력은 자전적 경험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겠지만, 보통 독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제범죄의 진상을 이 작품이 자세히 묘사하고, 그 당시의 경제적 정황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심리적 플롯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비틀어 새로운 방향, 즉 심리적 측면이 거세된 경제적 플롯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작품 후반부에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반전의 묘미를 더한다.이 작품을 쓴 제프리 아처의 작품은 지금까지 꽤 번역되었지만 대부분 절판된 상태이고 몇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의 작품을 요즘 구미에 맞는 장정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