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코담배케이스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9
존 딕슨 카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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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형식면에서 영화 <이창>을 생각나게 한다. 창문을 통해서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는 주인공이 모종의 위기에 처한다는 발생이 바로 그 유사성인데, 다만 다른 점은 영화 <이창>의 주인공이 관음증과 비슷한 상태에 빠져 있는 반면,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의 주인공은 우연히 맞은 편 집에서 벌어진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찰자가 모종의 위험에 빠진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저질러진 범인의 치밀한 계산을 정신분석학자인 의사의 추리를 통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추리는 단순히 탐정만의 몫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탐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는 장이 되어버렸음을 알 수 있다. 의사는 '암시의 힘'이 자신의 경험을 왜곡되게 추상하는 용의자 이브를 통해 현대인들의 경험과 지각 구조가 가지고 있는 오류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소설의 사건은 프랑스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영국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당연히 무대도 프랑스이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도 고롱서장이라는 프랑스 경찰이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처럼 이 소설의 작가 딕슨 카는 프랑스인 고롱서장을 은근히 낮추어 서술하고 있음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건 영국의 자존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추리소설이 그렇듯 처음 사건이 발생할 때 우리는 여러 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추리를 하게 마련인데, 그때 우리는 작가가 묘사한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추리하게 마련이다. 그건 일종의 습관인데, 그 습관은 오류일 수 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추리를 시작해보면 좋을 것같다. 이 소설은 사건을 해결한 박사와 혐의를 벗은 이브의 키스로 끝난다. 이 소설의 박사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 그리 잘난 편이 못되는데, 그런 탓인지 상당히 소심한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이브의 혐의를 풀어줌으로써 이브와 결합할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소심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참 순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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