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살인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1
프레드릭 브라운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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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살인은 참 많이 다뤄진다. 살인의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돈에 대한 탐욕은 가장 흔한 살인의 동기가 된다. 살인은 인간으로서 범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행위이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소설과 영화는 살인을 즐겨 다루고 있다. 그것은 인간성의 표현이며 인간성의 탐구라고 할 수 있다. 벌거벗은 인간의 진상을 마주할 때 그것이 반드시 기존 규범이나 도덕에 대한 재승인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자신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인식을 요구할 뿐이다.

로버트 브라운의 <교환살인>은 흔히 살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알리바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교환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두 남자 배우의 얘기이다. 이 소설은 다른 추리소설과는 달리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두 남자가 살인을 계획하는 과정,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단 그 계획의 치밀성이 놀랍도록 견고하고, 그 실행의 용의주도함이 경이롭다. 결국 계획대로 일이 깔끔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난처한 상황을 맞으면서 소설은 끝난다. 물론 그 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읽는 이들의 상상에 맡겨진 셈인데, 아마도 순조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이 주는 흥미는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스릴러나 서스펜스 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그것에 비견된다. 작품 속의 장면 장면들은 그대로 하나 하나의 영화 속 장면으로 이어진다. 물론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것은 아니겠지만 이 작품은 영화로 옮겨졌더라도 좋은 작품이 되었을 듯하다.

이 작품에서 긴장을 더 하는 것은 주인공의 살인이 단순한 금전욕이 아닌 불륜관계에 있는 여인과의 성공적인 결합 욕망을 곁으로 안고 있다는 점이다. 삼각관계, 특히 결혼 관계에 있는 한 쪽을 제거하고 이성을 얻으려는 남자의 얘기는 영화 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남자와 가까워짐으로써 주인공이 겪게 되는 혼란은 서스펜스를 더한다. 원 계획대로 실행되는 게 좋은지 멈춰지는 게 좋은지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고전적 스타일의 추리소설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지만, <교환살인>처럼 탐정이 등장하지 않아도 좋은 추리소설도 있는 법이고, 또 범죄자의 시각을 통해 사건을 구성해나가는 방식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한 여름 읽기에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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