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사랑아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기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안녕, 내 사랑아>의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명성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잘 알려진 <빅 슬립>을 쓸 때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필립 말로우는 탐정의 계보를 따질 때 가장 매력적인 남자에 속한다. <빅 슬립>에서는 험프리 보가트가 필립 말로우 역을 맡았는데, 챈들러가 묘사한 조건이 잘 맞아들어가는 경우였다. 평균 이상의 키에 다소 무표정한 얼굴과 재치가 넘치는 대사를 구사할 줄 알고 여자에 대해서 너무 열광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관심한 것도 아닌 묘한 영역을 오가는 남자가 바로 필립 말로우이다.

대개의 사립탐정의 일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가정에 얽힌 사적 문제를 의뢰받은 탐정이 그 의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험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에는 헤쳐나오지만 그가 부딪힌 세계의 비인간성을 진하게 체험한다는 형식을 취하게 되는데, <안녕, 내 사랑아>는 그런 플롯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상류층으로 올라갈수록 사적 관계는 묘한 얽힘을 갖는 게 보통인데, 거기에는 비밀과 거짓말, 탐욕과 위선이 가득하다.

<안녕, 내 사랑아>는 무미건조하게 추리만 나열하는 탐정의 재치의 장이라는 추리소설의 통념을 벗어나 추리소설 역시 문학성을 담보해야 하며, 담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필립 말로우가 뱉어내는 대사들은 마치 셰익스피어 극의 인물들이 뱉어내는 문학적 향기 가득한 말들과 견주어볼 수 있을 만큼 문학적 향기가 잘 배어있다.
이 정도라면 추리소설을 마치 어린 시절 읽고 마는 읽을거리라고 치부하는 생각을 한번에 날릴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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