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와의 대화 - Conversations with Kayageum Master Byung-ki Hwang (한ㆍ영문판)
나효신 지음 / 풀빛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황병기와의 대화>는 황병기 그의 음악적 가치에 걸맞게 한영대역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형식의 책이 나오는 일은 드문 일인데, 이는 아마도 해외 독자를 아우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같다.

우리는 예술가의 작품을 접할 때 궁금한 게 많다. 예술가와의 사적인 만남이란 쉽지 않은 일이라,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인터뷰를 통해서 그간의 궁금증을 풀게 된다. 그러나 규격화된 방송쪽보다는 아무래도 형식상의 자유로움이 보장되는 책을 통해 한층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황병기 선생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계기를 통해 접해왔지만 정작 그의 가장 속깊은 얘기를 들을 계기는 없었던 것같다.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의 생애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그의 예술혼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이야기이다. 작품의 창작 배경이나 의도가 해당 작품에 대한 해석의 결정권을 갖는 것은 아닐 테지만 참고 자료로 중요하다.

재미 작곡가 나효신 씨의 개인적 프로젝트에 의해 수행된 수 차례의 인터뷰를 묶은 이 책은 황병기 선생의 작품 세계를 세세하게 추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간의 인터뷰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 인터넷을 이리저리 헤치고 다니는 것보다는 황 선생의 에세이집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와 이 인터뷰 집, 그리고 그의 작품집 4개면 충분할 것같다.

국악 초심자로서 이 책을 가장 재미나게 읽는 방법은 인터뷰를 따라가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책의 말미 용어집을 참고하고, 관련된 음악을 함께 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책만 보거나 음악만 들을 때보다 한층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한국 독자에게 영역 부분은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에 따라 책 값도 싼 편은 아니지만 서재에 꽂아두기에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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