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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표적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2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로스 맥도날드의 <움직이는 표적>은 흔히 '하드보일드'라고 일컫는 사회의 비정을 파헤치는 추리물이다. 실종된 백만장자를 추적하는 탐정 루 아처의 얘기를 그리고 있는데, 하드보일드가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 루 아처는 사건에 대해 극도의 건조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라진 백만장자의 행적을 쫓아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인다.
정통추리물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한 명의 특출난 영웅적 탐정의 천재적 추리 능력을 과시하는 고전적 스타일은 아니다. 루 아처는 상처를 입기도 하고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는 현대의 영웅이 더 이상 전지전능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 오류의 인간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표적>은 정의와 청렴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법의 세계가 인간적 욕망에 의해 굴절되는 세계를 다루고 있고, 이와 더불어 이주민 노동자 문제, 탐욕스런 자본가 문제 등을 다루고 있어 때때로 사건과 추리 위주의 추리 소설이 놓치기 쉬운 추리문학의 사회적 성격을 훌륭히 보여주고 있는 대표작이다.
로스 맥도날드의 이 작품은 마치 한 편의 하드보일드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는 이 소설이 캘리포니아 주변을 무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과도 연관된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길게 뻗은 캘리포니아의 해안 풍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 자체가 충분히 영화적 감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더운 여름날 이 소설을 읽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기나긴 악몽을 헤쳐 나온 듯한 상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