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5
조한욱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몇 년 간 우리 독서계에 역사 읽기 열풍이 불었을 때, 그 열풍이 혹시 가벼운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한 적이 있다. 역사의 대중화를 모토로 해서 이런저런 식의 가벼운 역사 읽기가 붐처럼 일어난 그 당시 특이하게 생각됐던 것은 그 전과는 다른 역사책의 모습이었는데, 그 책들은 제도적 변천이나 혁명같은 큰 틀에서의 얘기가 아니라 인간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받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을 통한 역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 흐름들이 요즘에는 역사읽기와 쓰기의 중심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이는 실로 역사의 개념 자체를 수정하는 흐름이 아닌가 싶다. 그런 흐름이 '신문화사'라는 틀로 뭉뚱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조한욱의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를 통해서 확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정치사, 경제사에 편중된 역사, 과거의 기정 사실에 대한 재확인과 교훈 획득으로만 이해한 역사를 문화를 통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담론으로 이해하는 신문화사적 방법이 우리에게 완전히 친숙해진 것은 아니며, 최근의 흐름은 고작해야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이정표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 발간된 김진송의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가 독서층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이 서서히 변해 가는 역사 연구 방법을 우리 역사 조명에 시의적절하게 적용하였기 때문인 것같다.

우리의 역사는 그동안 민족주의, 계급주의같은 거대담론에 휘둘려왔다. 그것의 장점이 분명한 만큼 그 단점도 명확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역동적 관계 맺음을 통하여 이뤄지는 사건들의 세계가 지나치게 도식화되고 그 생생한 현장감을 상실하고 비대화적인 목소리로 일색되었다는 느낌을 가지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역사'하면 대부분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한욱의 이 책은 최근 역사 연구 방법 상의 변화를 이미 번역된 책들을 중심으로 소개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관심을 혁신, 제고하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비단 '역사'라는 담론이 역사학자만의 소유물이 아닌 이상 신문화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연구를 추동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개론서적인 관심에 치중하여 좀 더 높일 수 있는 논의의 수준을 애써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