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4대 비극 - 범우비평판 세계문학선 3-1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이태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윌리엄 셰익스피어만큼 우리에게 친근한 문학가는 없다. 그의 등장 인물이 뿜어내는 대사 하나하나는 가장 섬세한 언어적 세공품이며, 셰익스피어 극의 설정은 인간의 운명, 갈등, 감정의 가장 정화된 형태를 보여준다. 셰익스피어 극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인간의 내면에 깃들인 본질을 꿰뚫는 듯한 통찰력과 이를 펼쳐 보이는 언어적 기교 면에서 그의 앞도 그의 뒤도 없는 듯한 형국이다.

그런 탓일까. 셰익스피어의 작품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바탕으로 재연된 영화를 통해서 그를 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햄릿],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같은 작품들은 세계의 명감독들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했고, 책 읽기가 번거로운 현대인들은 그런 영상물들을 통해 셰익스피어 극의 매력을 간접적으로만 맛보고 있는 형편이다. 극은 연극을 위한 서브텍스트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 셰익스피어 극은 텍스트 그 자체로서 읽어보아도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과장된 듯한 표현도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극 자체가 가진 특징으로서 크게 흠잡을 만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가장 잘 알려진 비극 4편을 싣고 있는데, [햄릿]을 비롯한 이 4편의 비극은 궁정 주변의 상류 사회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 갈등은 한 인간의 성격적 결함, 마녀의 신탁이라는 운명적 계시, 인간의 탐욕, 연약한 인간적 약점 등에서 비롯되고, 궁극적으로는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를 망쳐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고귀한 궁정 인사들의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는, 시정배들의 그것과 유사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궁정극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극을 읽는 일은 행복했다. 브레히트, 몰리에르도 괜찮고, 아서 밀러, 테내시 윌리엄스, 버나드 쇼같은 현대 작가의 작품도 다시 한번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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