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5
박규태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사회를 좀 더 심도 있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정신 문화의 기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특정 사회의 특정 성원들의 믿음의 기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어느 때나 요청되는 것이지만 그것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현상만을 말 그대로 '추수'하기에도 시간은 항상 모자란 판국이니 말이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단말마적인 반응으로만 넘겨버릴 수 없는, 뱃속의 가시 같은 존재가 문제가 된다면 번거롭기만 한 이런 노력도 그리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세계의 허다한 나라 중에서도 일본은 가장 기묘한 나라로 다가온다. 과거 역사에 대한 묘한 청산주의와 정치적 무관심주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역사 왜곡은 변신한 가해자의 전 모습을 끈질기게 캐물어야 하는 피해자의 기억을 이어받고 있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의 법제화를 피해자들이 거부하는 이유조차 모른 채, [원령공주]같은 저패니메이션의 세계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우리 시대에 있어 일본은 신화가 탈정치적인 모습으로 일상의 대중문화에 파고든 기묘한 나라이다.

'종교로 읽는 일본인의 마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박규태의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는 가해자의 심리의 근저를 파고드는 심문자의 입장에서 읽어본 책이다. 이 책에는 일본의 창조신화로부터 시작해서, 전통종교 신도, 백제를 통해 전래된 불교, 그리고 이 둘이 일본적으로 변형된 각종 일본식 불교, 기독교, 옴진리교로 대표되는 신흥 종교 등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본 문화의 초심자에게는 이만큼 개론서로서의 역할이 충분한 책도 드물어 보인다. 일본 신화에 대한 관심이 <고사기>같은 묵직한 책을 곧바로 집어들게 할 수는 없는 법이고, 그 중간 매개가 필요하다고 할 때, 박규태의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같다. 특히 이 책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상징천황제의 기저에 깔린 의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창조신화와 신도에 대한 설명과 현대 일본 대중문화의 기저에 깔린 에콜로지의 기원으로서 작용하고 있는 신도론적 관점에서 <원령공주>를 해석하고 있는 결론이다.

물론 이 책은 그 자체로서 충분한 책이 아닌 그 이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 정도로 삼고 읽어보는 게 중요할 것같다. 특히 저패니메이션의 세계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일본 신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신도는 가장 일본적인 사고 방식으로서 거기에는 특수성과 보편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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