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까치글방 132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서성철 옮김 / 까치 / 199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금 책 한 권을 읽었다. 읽고서 이렇게 가슴 뿌듯해지는 책을 만나기는 참 오랜만이다. 한 권의 책을 쓰자면 이런 책을 써야 할 것이고, 출판하자면 이런 책을 출판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며 주먹을 뽈끈 쥐어본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카를로스 푸엔테스라는 저자 이름에 끌렸고, 페이지 사이에 심심치 않게 삽입된 그림들에 매혹됐고, 까치라는 출판사가 주는 믿음에 끌렸다. 딱딱한 책 제목, 그리고 만만치 않은 두께를 가진 이 책에는 많은 게 들어 있다.

역자도 후기에서 얘기하고 있지만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재, 실업, 마약, 외채, 빈곤 같은 온갖 부정적 이미지와 이와는 동떨어진 탱고와 <해피 투게더>의 매혹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그래서 빈곤하다면 빈곤하고 편협하다면 편협한 우리의 눈을 이 책은 폭넓은 시공간에 대한 풍부하고 진지한 얘기를 통해 조금씩 열어주다가 책장을 덮을 때쯤 해서는 확 틔워준다. 물론 한 권의 책이 줄 수 있는 만큼의 효과임에는 분명하다.

까치 책은 뭘 집어도 읽을 만한 책이다. 요즘처럼 철학책마저 출판 상업주의에 덜미잡혀 두꺼운 표지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까치만큼 한 길을 걸어가는 출판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