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여행의 역사 -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볼프강 쉬벨부쉬 지음, 박진희 옮김 / 궁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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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철도여행의 역사'라고 하면 왠지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종의 해방감이 연상된다. 그러나 여행은 사업이나 특정한 목적을 위한 공간 이동이 주가 되는 현대의 기차 이용 경험과는 적잖이 거리가 있다. 기차는 더 이상 여행을 위한 매개가 아니게 되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기차로 이동하는 경우 그 시간은 따분하고 지루한 고역의 시간이 되기가 일수다.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여행이 끝난 아쉬움보다는 기계장치로부터의 시달림에서 해방된 기쁨을 느끼기조차 한다.

서구에서 기차 여행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무렵인 19세기 중반 기차를 통한 철도 여행이 사람들에게 불러일으켰던 지각과 인지의 변화를,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담론들을 문화사적인 감각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그동안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해 온 철도를 기술적, 경제적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으로 언급되고 있다.

철도 여행이 일상화되어 애초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감각이 지금은 많이 무디어졌지만, 이 책은 우리의 근대화 초기 선조들이 느꼈을 법한 감각을 재구성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성의 경험이 일상생활의 감각과 지각의 변화를 핵심으로 한다고 할 때, 그 감각이 일상화되는 과정을 반추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화사적 감각이 많이 가미되었다고는 하지만,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서술 시각도 들어 있는 만큼 평범한 일반 독자가 책 전체를 집중력을 가지고 읽기는 힘들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책의 인쇄 상태가 그다지 선명하지 않아서 독서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좀 더 뚜렷한 인쇄 방식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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