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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학과 도상해석학 ㅣ 사계절 Art Library 1
에케하르트 캐멀링 엮음, 노성두 외 옮김 / 사계절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도상학은 기독교 전통의 회화나 조형 예술 작품의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도상학이 추구하는 의미가 작품의 탄생 근거를 밝혀주는 문헌학적 기록에 의존하기에, 이런 방법이 예술로서의 진정한 의미 해석에 이르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하나의 예술 작품 속에서 시대사적, 정신사적 의미까지 포착하려는 것이 도상해석학의 탄생 배경이나 추구 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중세의 기독교 예술의 의미를 밝히기 위해 등장한 도상학이나 도상해석학은 일반인들이 교양적 가치로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분야임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특별한 관점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도상(해석)학을 해석학이라는 일반적인 방법론의 측면에서 보면 생각보다 한층 폭넓은 시야를 마련해 줄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이 무언가를 보면서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지니는 의미일진대, 우리는 하루에도 한번 정도는 특정한 물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지성을 사용한다. 처음 볼 때는 대충 어떠어떠한 모양이다로 시작해서, 그것이 주는 느낌까지 파악하고, 이후에는 이것이 특정한 주제를 표현한 것이라든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간혹 너무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사물에 대해서는 이해 불가능, 해석이나 판단 불가능이라는 결정을 내려버리고는 한다. 표현될 수는 있지만, 이해될 수 없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이 해석학적 과정이다. 그러나 일상화된 해석 활동이 예술에 대한 해석 활동과 차이를 가지고 있다면, 훌륭한 예술 작품은 그 속에 시대사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예술 작품 속에서 그 작품이 내포한 시대의 중요한 의미까지 포착할 수 있다면 그 작품은 그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 책은 미술사학도들에게는 필수 교양서이겠지만, 예술 전반에 관심을 가진 사람, 특히 해석학적 이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도 일독의 권할 만한 책이다. 도상해석학의 선구자 파노프스키의 이론을 여러 학자가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는 체제를 갖추었는데, 내용상 중복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은 특정한 관심을 가진 여러 학자들의 글을 모아놓은 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난점이라고 하겠다. 특히 번역이 깔끔해서 읽기가 편하다. 그러므로 책의 분량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분량이 적고 난삽한 번역보다는 분량이 많아도 깔끔한 번역이 훨씬 읽기 쉬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