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어디로 가고있는가
롤랑 바르트 / 강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롤랑 바르트는 내가 한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가다. 그러나 몇 년 전에 비해 몇 권의 책이 더 번역되기는 했으나, 초기의 핵심적인 저작인 <글쓰기의 영도>나 <S/Z>는 번역되지 않는다. 주요 저작이 번역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번역되지 않은 그의 저작은 대체로 문학 비평 영역에 놓이는 것으로, 출판의 상업성을 고려할 때는 수지 맞는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출판사의 역량에 맞기기에는 버거운 책들에 대해서는 공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 나는 바르트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는데, 번역의 수준과 정도는 한 나라의 지식 문화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문학은 어디로 가고있는가>는 후기 바르트적 관점을 견지한 바르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대담 형식인 데다가 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생각하고 문화 일반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예전 바르트를 읽을 때의 감회를 가지고 읽어나가다 보니 바르트적 문제 의식이 새롭게 다가온다. 문화 생산물의 저자성, 그리고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읽을 수 없는 텍스트, 저자와 독자의 육체성, 쾌락과 향락 같은 문제 의식은 60-70년대의 낡은 사유 틀이 아니라 현대성을 문제삼는 경우라면 언제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후기 바르트는 다소 낭만주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지식과 과학성에 대한 경멸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이 책에서 보여지는 바르트는 한층 무게 있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바르트의 사유 폭에 조금 가까워진 탓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여하튼 바르트를 읽고자 하는 결심을 굳힌 사람이라면 두꺼운 개론서를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바르트에 심취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문제 의식을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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