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도시사회상연구
손정목 지음 / 일지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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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의 서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저자가 추구해 온 일련의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희귀한 일제 시대 문헌과 일본 자료를 섭렵하여 정리하고 해석을 가하는 일을 십여년 넘게 추진하여 탄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하니, 저자가 들인 공력을 생각할 때 이런 책이 나와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에게 크게 감사해야 할 것같다. 이 책은 상업적 출판의 기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순수한 연구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최근의 책들과는 그 종류를 달리하는 그야말로 '역저'라고 할 수 있다.

일제 시대 하면 타율적 근대화 속에서 종속적이고 기생적인 생활을 유지해 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시대 역시 요즘과 그다지 다를 바 없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총독부가 위협적인 존재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는 데 꺼리지는 않았으며 총독부 역시 하나의 정부로서 고심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고 있다. 물론 총독부 정권의 위압적이고 안하무인적 태도야 달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일제 시대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도와 서민들의 생활 양태를 각종 자료를 통하여 고구하고 있는, 지금 현재 우리가 이와 비슷한 종류로는 책 자체를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도로 교통, 주택, 직업, 매춘 등 다방면의 도시 양태를 통해 그 당시 우리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특히 매춘업에 대한 상세한 검토는 이 책에서 단연 빛나는 부분이다. 최근 공창제 부활을 운운하는 주장이 일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주장이 있다는 사실만을 접수하고 넘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일제 시대 공창제가 일제의 교묘한 기획 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않고서는 현재의 논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 책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성과이므로, 적어도 대학생 이상이라면 한 번쯤은 넘겨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회 경제사 방면으로는 더할 나위 없지만 그 외 문화적 측면이랄까 여가 생활 같은 문화인류학에 해당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이 부분까지도 저자에게 바란다는 것은 선을 넘은 요구라 하겠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자가 머지 않은 장래에 좋은 책으로 내줄 것을 희망한다.

비록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시대이기는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백지장같은 시간이 일제 강점기라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것들의 상당수가 일제 시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때, 이 책을 비롯한 다방면의 역사 연구는 우리의 자기 이해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손정목 선생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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