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작품선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진웅기.김진욱 옮김 / 범우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일본의 명감독 쿠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원작자로 잘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일본이 세계에 자부심을 가지고 내놓는 작가 중 단연 윗자리에 놓인다. 영화 '라쇼몽'은 아쿠타가와의 <라쇼몽>과 <덤불속> 이 두 작품을 기초로 각본이 짜여진 것인데, 이런 사실은 실제로 소설을 접하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 하나의 사실에 접근해 가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함으로서 진실이란 자명한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의 주관적 욕망이 투영된 거울이라는 점을 테마로 삼은 이 작품은 거장의 놀라운 형상화 작업을 통해서 훌륭하게 묘사되었다.

아쿠타가와는 심신의 병으로 인해 30대에 자살한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기 위해 소화 10년 이후로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해서 해마다 신인 작가에게 상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한번씩 그 해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들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만큼 일본인들은 아쿠타가와를 사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일본 문학가 하면 그가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 세계를 접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우리에게는 아쿠타가와보다는 소세끼가 한층 친숙한 듯 보이는데, 이는 아쿠타가와의 다소 병적이고 심각한 태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점이 없지 않으나 '카파'같은 작품은 서구의 명작 동화 이상으로 흥미 깊은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작가의 어두운 자의식마저도 미학적인 장치를 통해서 드러내는 아쿠타가와의 성향은 그리 무겁지는 않은 편이다. 일본 문학의 높은 품격을 느끼는 데 있어 아쿠타가와, 소세끼, 그리고 일군의 자연주의 문학자들은 좋은 계기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한동안 일본 소설을 읽지 못했는데, 올 여름에는 손에 꼽기만 했던 작가들을 죽 일람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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