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정보사회 정보감옥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3
홍성욱 지음 / 책세상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과학기술사가 홍성욱 씨의 책으로는 두 번째 접하는 책이다. 페미니스트 오조영란 씨의 남편이기도 한 저자는 90년대 초 학계에 경계 허물기 열풍이 불어닥쳤을 때 그 대표적인 본보기로 꼽힌 인물이다. 과학기술사라는 다분히 인문학적이고 사회학적인 영역에 관심을 가진 그는 pc통신 문화에 대한 글을 많이 써 왔고, 특히 정보를 매개로 펼쳐지는 사이버스페이스 상의 문제점에 정통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캐나다의 모 대학에서 종신교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 사정에도 밝다.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은 벤담의 파놉티콘 구상에서 근대 사회를 감시의 사회로 규정한 푸코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공장과 작업장에서의 감시, 그리고 전자 정보 매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감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의회나 언론을 넘어 파놉티콘적인 근대 기획을 넘어서는 역파놉티콘의 전망에 대한 논의로 귀결된다. 푸코식으로 현대 사회를 파놉티콘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패배주의적이고 비관주의적인 발상으로, 권력의 차원에서 주체의 행위성을 간과하게 된다. 우리는 저자의 말처럼 파놉티콘을 넘어 파놉티콘 그 자체를 역감시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이 특정한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규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그 자체는 의도와 목적에 따라 우리의 삶을 짓누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는 파놉티콘적인 시선을 거부하며 그 시선으로 다시 그 시선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조금 배웠다는 사람들은 이런 가능성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푸코식의 비관을 내뱉기 쉽지만 말이다. 의정부 장갑차 사건을 계기로 네티즌들이 백악관 홈페이지를 다운시키자는 운동을 펼쳤던 사실은 현대 사회에서 정보 파놉티콘이 응시의 대상에 의해 어떻게 저항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훌륭한 예일 것이다.

여하튼 이런 전망에서 본다면 저자가 강조하는 프라이버시, 즉 정보 파놉티콘 세상에서의 프라이버시는 이제 소극적으로 방기해야 할 요소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끊임없이 주목하면서 빼앗기지 않아야 할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푸코를 비롯해 파놉티콘과 연관된 여러 논의들을 체계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논의의 기반을 정교화하고, 신문이나 잡지 보도 내용을 현장감을 부각시키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파놉티콘과 연관된 벤담의 생각이나 도안을 삽입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읽은 사람조차도 파놉티콘 구상의 배경이나 현실화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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