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의 정신병리학 - 프로이트전집 7 프로이트 전집 7
프로이트 지음, 이한우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부터 나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내 일상에서 친숙한 것이었던 사물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형체까지 선명한데도 좀체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그와 유사한 이름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사물은 이렇게 요약된다. '군에서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타는 군용차로서 개량 짚차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 동생한테도 물어봤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듯했다. 불현듯 왜 이런 문제를 가지고 내가 골머리 앓듯 헤매는지 그 이유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우연히 중고차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그토록 발견하고자 했던 차의 이름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레토나. 오랜 궁금증 뒤의 해답은 내 예상대로 매우 친숙한 이름이었고, 왜 이런 망각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더 본질적으로는 왜 그 이름이 갑자기 궁금증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져보게 되었다. 물론 이런 일들 사이에 나는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을 읽었다. 물론 예의 궁금증은 이 책을 읽기 전의 일이었고 그 해답은 우연히도 이 책을 읽은 후 곧바로 나왔다.

이런 사태를 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기로 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어떻게 보면 내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정신분석학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일상생활에 관련된 농담, 실수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나는 내 일상생활에서 그 예가 될만한 것을 꾸준히 찾게 되었고(물론 그 과정은 무의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예의 그 레토나 건이 등장한 것이다. 그 문제가 발생하자 나는 해답을 쉽사리 발견할 수 없었는데, 이는 평소 내가 프로이트의 저작들 상당수를 읽지 못했다는 강박증을 상기시켰고 그에 따라 레토나 건과 관련되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을 읽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그 책을 읽자마자 마치 이 책을 다 읽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답은 우연히 찾아왔던 것이다.

이 문제를 약간 다르게 보자면 그 문제는 내가 요즘 차를 가끔 운전할 기회가 생기면서 차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는 사실과 그리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나는 차를 살 여유가 없었고 굳이 차를 사게된다면 중고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중고차는 속기 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급적 새차 중에서 싼 걸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군대 시절 레토나가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으며 사회에서도 레토나는 실용적일 수 있다는 얘기를 무의식 중에 떠올렸다. 그래서 나의 욕망은 자연스레 레토나를 상기하게 되었으나 정작 그 레토나라는 이름이 나의 의식에 떠오르는 것은 완강히 거부되었다. 그 대신 코란도라는 이름이 대체되어 떠올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레토나는 나에게 완강히 거부되었을까. 아마도 그 중간 글자 '토'에 대한 공포였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구토'와 관련된 것으로 구토는 나에게 항상 술과 관련된 괴로움, 세상 밑으로 꺼지는 두려움, 즉 죽음의 이미지를 안겨준다. 특히 요즘처럼 술을 멀리 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예전보다 강한 공포를 안겨준다. 결정적으로 그 마지막 글자 '나'는 그 구토의 대상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레토나에 대한 망각은 차에 대한 욕망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묘하게 결합된 일종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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