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전집 3 - 수필
김윤식 엮음 / 문학사상사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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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식민지 시대 대도시 생활에 가장 근접한 삶을 살았던 시인 이상은 근대와 전근대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전근대적 초자아에 짓눌린 자아의 해방을 위해 글을 썼다. 그 글은 주로 시나 소설 등의 작품으로 드러나는데, 기하학적 수식과 해체된 언어로 이루어진 그의 시는 지금보아도 낯설기만 하다. 그것이 그가 배운 근대적 지식을 통해 자아의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음은 어느 정도 해명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언어유희의 많은 부분은 미궁으로 둘러 싸여 있다.

난해한 시세계에 비해 수필은 어느 정도 정돈된 언어를 드러내 보인다. 어떤 글은 이상답지 않게 평범한 의식을 그야말로 평범한 언어로 풀어놓은 것도 있다. 그리고 여동생 옥희에게 보낸 편지는 마치 20세기 초반 어느 단편소설의 목소리처럼 형제애를 애끓는 어조로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글에서 만나는 이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기괴한 작품 취향을 가진 괴짜이기만 한 것은 아닌 듯하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되 그로부터 빚어지는 분열을 평범한 사람보다 때로는 격심하게 겪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요양차 성천으로 갔을 때 거기서 그가 마주했던 자연의 풍광, 인정세태를 도시적 사물을 끌어 들여서만 묘사할 수 있었던 건 서울토박이 이상의 독특함이 아닐까. 그렇게 놓고 보면 이상은 현대 문학의 아버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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