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 전집
김재용 엮음 / 실천문학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문인해금 조치 이후 북한과 관련된 시인들의 전집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비교적 초창기에 나온 김기림이나 정지용, 그리고 그 후 백석, 이용악의 전집이 나오고 오장환의 전집까지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임화의 전집이 나올지는 미지수이다. 그는 남과 북에서 공히 미아 내지 기아 취급을 받는 유일한 시인일 것이다. 임화의 전집까지 나온다면 우리의 근대 문학은 좀 더 온전한 형태로 복원될 것이지만, 지금으로써는 그 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한 지대에 놓여 있다. 아마 어떤 형식으로든지 남북통일의 제도가 성립되면 그때 가서야 임화까지도 복원될지 모른다.

예전에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오장환 전집이 나온 바 있는데, 이번 전집에는 소련 찬양, 북한 찬양의 기색이 농후한 시집까지 덧붙여져 있다. 사회주의 찬양의 이념시가 공공연한 출판물의 형태로까지 제작될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위대함, 그 잡식성의 증후가 아닐까.

이념과 진로를 잃고 고향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병든 도시 서울에서도 편안한 안식의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오장환의 시들은 김기림의 표피적인 문명 찬양과 비판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김기림의 비판이 문명에 탐닉하면서 한 것이라면 오장환의 그것은 문명의 속살에 자멸적인 체념으로 몸을 던진 자의 그것이다. 그래서 자아의 병듦과 문명의 병듦은 그의 시에서 하나가 되어 노래되지만, 거기서 현실의 움직임과 전망을 하나로 꿰뚫을 수 있는 시선을 갖지 못한 것은 그의 약점이다. 그런 병든 자의 시선은 그의 시를 홍열과 화농의 이미지로 물들인다.

병상에서 맞이한 해방 소식을 접하고서 그가 내뱉는 격정과 자책의 목소리는 그가 얼마나 전망과 빛, 자신의 주체를 의탁할 투명한 시선에 목말라 했는지를 감지하게 한다. 따라서 그의 소련 찬양, 북한 찬양에는 시적인 논리 초월의 위험이 잠재해 있지만 그 열정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서정주와 함께 <시인부락> 동인으로 출발했지만 끝내 결별하고 다른 길을 택한 오장환의 때 이른 죽음은 과연 역사란 마지막에 웃는 자의 승리라는 외침과 함께 묘한 대조를 이룬다. 역사의 간계함이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