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혁명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1
전진성 지음 / 책세상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은 20세기 역사상 가장 문제적인 나라의 하나이다. 인류사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던 양차 대전의 참전국이자 지성에 대한 회의, 인간의 적나라한 악의 본성, 무의식적 충동을 진지하게 사유하게 했던 아우슈비츠 학살의 당사자가 바로 독일이다. 유럽의 낀 국가로서 어정쩡한 위치에 있던 독일이 자신의 우월감을 과시하기 위해 내세운 건 피의 순수성, 우월성이라는 생물학적 차원이었다. 유럽 국가를 통털어 볼 때 다양한 사회 조류 간의 역동성이 풍부했던 이 나라는 결국 나치즘의 길을 걷고 자멸의 길로 빠져들었다. 영국, 프랑스보다는 러시아에 한층 친근성을 느껴던 독일의 풍토는 20세기 초반 독일의 정치적 행보가 그 낀 국가라는 애매한 정체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보수혁명>은 20세기 초반 독일 지식계에서 벌어졌던 지식사회의 보수주의 운동의 행보를 더듬고 있다. 그 전부터 급진적으로 불어 닥쳤던 청년운동의 변종이라 할 청년 보수주의 운동은 나치즘과도 유관성이 없진 않지만 오히려 그 전세기의 청년운동과 깊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질풍과 노도’로 알려진 청년운동은 독일 특유의 낭만주의적 성향에서 자리 잡은 것으로, 사회적 혼란과 억압, 침체가 배태할 수밖에 없는 지식사회의 반이성주의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 독일의 보수주의 운동은 흔히 급변하는 사회에서 퇴락할 운명에 처해진 보수파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이해되는 것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전통에 대한 맹목적인 고수가 아니라 현대적 조류를 감싸 안으면서 그것을 전통적 인식으로 급진적으로 밀고나가는 것이 독일 보수주의 운동의 특징이다. 이로써 언뜻 형용모순인 듯한 ‘보수혁명’이라는 개념이 성립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측면에 대한 연구는 분명 새로운 것인데, 근대화 흐름이 급물살을 타던 우리의 20세기 초반과 비교해본다는 측면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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