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 개정신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김용준 옮김 / 지식산업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부분과 전체>는 독일 원자핵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학문과 정치, 역사, 언어, 대학 등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담은 책이다. 어떻게 보면 극소의 입자를 다루는 학문에 종사하는 물리학자가 그의 영역을 벗어난 듯한 주제들에 대해 논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극소와 극대는 궁극적으로 상통한다는 논리에 따른다면 하등 이상할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양차 대전과 조국 독일의 패망을 지켜보며 어렵사리 학문에 매진하면서도 한결같이 진지한 태도로 사물을 성찰하고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뽑아놓은 성찰은 물리학의 차원을 벗어나 지금도 화제가 될 법한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동료와 나누었던 대화를 상기하며 재구성하고 있어 책 속의 대화가 당시의 내용에 그대로 부합되지는 않겠지만 최대한의 성실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고립된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타자와의 만남을 욕망하는 하이젠베르크의 태도이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은 고독한 개인의 독백같은 내밀함을 풍기면서도 타자와의 대화가 주는 생동감을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독일 지성 특유의 사유의 엄격함은 프랑스 지성과는 사뭇 다른 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이 책이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 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큰 부분은 번역의 세련됨이라고 생각된다. 외서의 경우 번역은 그 책의 가치를 50% 정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외국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그 책을 쓰레기로 바꿔놓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원서의 가치를 충분히 살려놓은 번역의 명편이 아닐까 생각된다. 언어의 질감과 명료함을 따지는 나마저도 감탄할 정도로 번역이 훌륭하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스무 편의 에세이 묶음 형식이라 어느 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지만 하이젠베르크 사유의 전후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는 방법이 적절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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