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군주 - 근대일본의 권력과 국가의례 이산의 책 26
다카시 후지타니 지음, 한석정 옮김 / 이산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산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동아시아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이채로운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천황제라는 일본의 특이한 역사가 근대 일본의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주요한 관심거리로 제시하고 있다. 천황제라는 기이한 봉건적 제도와 근대적 국민국가는 일견 상극적인 요소로 비치지만 일본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상극적 요소들을 국민국가 건설의 주요한 매개로 삼았다는 사실을 필자는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푸코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이 책은 이웃국가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묘한 감정의 정체를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 천황는 서구의 왕들과는 분명 색다른 느낌을 주는데, 그것이 어떻게 지금까지 온존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의문에 대해 명료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군주적 권력이 규율적 권력으로 대체된다는 것이 푸코의 입론임을 상기하면 적어도 일본의 경우 군주적 권력은 외형상으로는 온존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 이처럼 푸코적 논지와는 상반되는 듯한 입론을 확증하는 후지타니의 논점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인에게 천황은 무엇인가. 천황은 부성적이면서도 모성적이고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한 어떤 존재, 즉 일본인이 일상생활에서 결핍되어 있는 것들을 뭉뚱그린 보충적인 대리의 기능을 하는 그 무엇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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